[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상장업무와 발행어음 사업 등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보사 사태'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확산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선 다소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13일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믿을 수 있는 회계정보가 제공돼야 투자자가 기업가치와 투자위험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장과 혁신의 밑거름이 되는 투자자금이 풍족하게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향후 기업 상장 주관 시 증권사가 부담할 책임이 강화된다. 증권사는 상장 예비기업의 재무제표를 검증하고 허위·누락사항을 적발할 책임을 지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징금도 물게 된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선 때 아닌 숨통 조이기라며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상장 주관 증권사의 책임 강화에 대해서도 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예비 기업에 대한 상장 주관 증권사의 책임 강화는 확실히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서 “증권사의 역량 자체가 회계, 재무제표에 대한 전문성이나 중소기업 검증과 관련된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책임만 지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에서 고액의 감독 분담금을 받는다”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역량이 부족한 증권사에게만 큰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금감원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와의 의견 조율을 통해 업무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다양한 과정의 합의를 통해 당사자간의 불만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국회 등 일부에서 초대형 증권사들에게만 허용된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이 중소기업 대출이 아닌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발행어음 사업 허용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발행어음 사업의 구조상 현재 상태론 중소기업 대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로 기간이 짧고 증권사가 자기자본이 아닌 일반 개인이나 법인 등 외부 차입금을 끌어들여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안정성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자금을 대출 받은 기업이 부도날 경우 이에 따른 손실은 그대로 증권사에게 돌아간다. 이는 또 해당 발행어음을 산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다수의 증권사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자기자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통 중소기업의 경우 그 장래성을 판단하기 까지 3~5년이 걸리는데 만기가 1년인 발행어음을 통해 조성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금융당국도 일부 안건에 대한 증권가의 불만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28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한 것은 벤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 뿐 아니라,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며 “발행어음 업무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금융 역량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호연 기자 hoyeon5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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