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업계 “당장 대책이 없다” vs “극단적 피해 없을 것” 평가 엇갈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일본이 스마트폰와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발표에 관련업계가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으로, 앞으로는 이들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일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 강제징용 갈등에 따른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배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와 관련, 우리 기업들의 수입 의존도가 꽤 높지만, 역으로 일본 기업들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제재가 길어질 경우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으로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에 대한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1.9%, 43.9%, 93.7%이다.
   
에칭가스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2010년 72.2%에서 2019년 1~5월 43.9%까지 낮아진 반면 리지스트(95.5%→91.9%)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97.7%→93.7%)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1~4월 기준 일본의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폴리이미드의 대(對)한국 수출비중(엔화 기준)은 각각 11.6%, 85.9%, 22.5%이다.

이에 비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세계 생산설비 점유율과 관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세계 D램과 낸드 생산 설비의 각각 64%, 43%를 차지한다.

일본의 규제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아직까지 대응방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워낙 불확실성이 크고, 기업간의 문제가 아닌 국가간 외교 문제가 얽힌 사안이어서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3개 품목은 국내 대기업이 일본에서 직접 수입하거나 중견·중소업체가 원재료를 수입한 뒤 가공해서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은 일본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상황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올레드 패널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원료를 규제하겠다는 건지, 완제품을 규제하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수출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전면적인 수출 제한 조치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이럴 경우 오히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일본업체들도 더 강력한 수출규제를 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까지 영향권에 연쇄적으로 들 수 있어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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