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래원이 한 편의 동화같은 영화로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롱 리브 더 킹)은 조직폭력배 보스 장세출이 한 여자를 만나고 난 뒤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김래원은 주인공 장세출로 분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함께 ‘로맨티스트’ 면모까지 함께 보여줬다. 액션과 멜로를 오가는 영화에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며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

“전라도 사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쓴 적이 없어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또 이 동화같은 이야기를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님이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다. ‘범죄도시’를 우리 소속사 대표님과 함께 재미있게 봤다. 감독님과 꼭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출연 제안을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극 중 장세출은 현실적인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 만화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고자 했나.

“감독님에게 잘 보이려는 게 아니고 애초에 감독님이 잘 만들어놨다. 나에게도 ‘이건 너무 동화같은 이야기다. 내게도 숙제지만 너도 이런 숙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라고 인지해줬다. 사실 영화 초반에는 좀 더 전라도 건달 같은 모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걸 수위 조절했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는데 너무 조폭처럼 보이면 이질감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감독님이 계획한대로 열심해 쫓아갔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정말 다행인 게 내가 그 인기를 인지하지 못했다. 웹툰을 2회, 3회까지 보다가 유료라서 못 봤다. (웃음) 감독님께 여쭤보니 굳이 웹툰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것 또한 하나의 틀이 생기기 때문에 연기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럴 시간에 상의 탈의신이 있으니 운동을 해 달라고 했다. 석 달 동안 간이 된 음식은 먹지 않고 식단 조절을 했다. 그 뒤 버스 사고 장면을 찍는데 감독님이 노출을 하지 말라고 했다. (웃음) 관객들을 상대로 몸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더라. 석 달 동안 관리했는데 서운하기도 했다.”

-장세출이 첫 눈에 반하는 강소현 역을 맡은 원진아와 호흡은.

“후배라기보다 같이 하는 동료라고 생각했다. 어디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이 소현과 어울렸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한다.”

-진선규와 모래사장에서 찍은 액션은 꽤 힘들었을 텐데.

“날씨가 참 추웠다. 액션신 자체는 힘들었지만 서로 배려하면서 잘 찍었다. 형(진선규)이 워낙 착하다. 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더라. 나는 좀 감정적인 면이 강한데 이번에 많이 배웠다. 어떤 장면들에서는 날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굉장히 고맙다.”

-장세출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영화를 찍으며 성장한 게 있나.

“강윤성 감독의 장르 안에서 내 자유로움을 발견했다. 많이 단순해지고 편안해진 것 같다. 성장은 잘 모르겠지만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워낙 평소에 생각과 고민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장세출이 이런 고민을 하겠어?’라고 말씀했다. 그 때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극 중 김동률의 곡 ‘사랑한다는 말’을 부른다. 실제로 좋아하는 곡인가.

“전혀 몰랐다. 감독님의 생각이었다. 가사도 아직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를 좋아한다. 감독님이 ‘목포 건달이 ‘사랑한다는 말’을 부르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실제로 연애 스타일이 ‘순정남’ 장세출과 비슷한 편인가.

“무뚝뚝한 게 비슷하다. 수줍음도 많다. 그런 면이 나와 많이 닮았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서도 아닌 척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누구보다 장세출에게 많이 공감했다.”

-17살에 데뷔해서 어느 덧 데뷔 22년 차 배우가 됐는데 소회가 어떤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강윤성 감독의 작품을 또 하고 싶은 이유가 연기의 맛을 더 알게 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훈련이 더 돼야 할 것 같다. 한 번쯤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 이유 없는 사이코패스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악역을 하면 어떨까 싶다. 몇 번 악역 제안이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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