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장에 국내 배급사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간판을 건다. 박서준, 조정석, 류준열 등 30대 남자배우들이 한국영화 구원투수로 나선다. '알라딘'으로 시작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이르기까지 디즈니와 마블 영화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한국영화가 체면을 차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박서준 VS 조정석, 오컬트냐 재난액션이냐

배우 박서준과 조정석은 각각 ‘사자’와 ‘엑시트’로 오는 31일 관객을 찾는다. 먼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인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청년경찰’(2017)로 호흡을 맞춘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자’는 한국영화에서 드문 오컬트 액션 영화로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찍이 개봉을 확정할 만큼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바. 김주환 감독은 “컨저링 유니버스, 마블 유니버스가 있는데 한국에는 왜 이런 영화가 없나 생각을 했다”며 “한국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싸울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만든 영화가 ‘사자’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작으로 이어질 세계관 구축을 마쳤다고 밝혔다. “"유니버스 구축에는 공감할 말할 캐릭터, 다시 말해 히어로가 필요하다”며 “우리 영화에는 그런 캐릭터들이 잘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사자’ 이후에 뻗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악마를 물리치는 용후 역을 맡은 박서준은 “데뷔 이후 가장 강렬한 역할이 될 것”이라며 “‘사자’ 안에 어마어마한 스토리들이 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박서준의 ‘사자’가 섬뜩한 오컬트 장르라면 CJ엔터테인먼트 신작이자 조정석의 ‘엑시트’는 관객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재난액션 영화다. 청년 백수와 대학 동아리 후배가 원인 모를 유독 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다.

기존의 재난영화가 ‘히어로’ 주인공을 내세웠다면 ‘엑시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을 내세웠다. ‘짠내’ 나는 삶을 살고 있는 청춘들이 위기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메가폰을 잡은 이상근 감독은 “인정받지 못하고 보잘것없는 재능이 위급 상황에서 필살기로 발현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정석과 임윤아의 코믹과 액션 연기 역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임윤아는 거의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며 남다른 연기 열정을 보여줄 전망이다.

■ 독립군 된 류준열..‘봉오동 전투’

쇼박스는 오는 8월 독립군의 승리를 담은 ‘봉오동 전투’를 공개한다. 유해진, 류준열이 주축이 된 작품으로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특정 영웅에 주목한 작품이 않은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영웅들의 사투와 승리를 복기한다. 수적인 열세에도 봉오동 지형을 무기 삼아 일본군에 맞서며 승리한 ‘무명’ 독립군들의 사투가 깊은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류준열이 극 중 냉철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시대극이자 전쟁영화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택시운전사’(2017)에서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콤비를 이루며 완벽한 호흡을 과시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봉오동 전투’는 소재가 소재인 만큼 짜릿한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기존의 독립군 소재 영화와 달리 ‘신파’ 설정은 없다고 알려져 눈길을 끈다.

■ ‘기생충’ 송강호, ‘나랏말싸미’로 세종대왕 연기

30대 배우들을 내세운 신작 사이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작품도 등장한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의 신작 ‘나랏말싸미’의 이야기다. 송강호, 박해일, 고(故)전미선이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2003) 이후 16년 만에 세 사람이 다시 뭉친 작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전미선의 유작이다. 또 개봉 전부터 저작권 문제로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등 크고 작은 이슈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조철현 감독은 “‘과연 세종대왕 한 사람의 머리에서 이렇게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원리를 가진 문자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라며 “장장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역사 고증 과정에 대해서는 “신미스님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언어학자를 비롯해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며 고증했다”며 “조선왕조실록과 한글에 대한 기록 등을 보면서 연구했다”고 밝혔다.

송강호가 세종대왕 역을, 박해일이 신미스님을, 전미선이 소헌왕후로 분해 농익은 연기를 펼쳤다. 송강호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람들”이라며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7월부터 8월 성수기까지 줄지어 개봉하는 가운데 디즈니의 강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개봉해 개봉일 67만 명을 동원하며 극장을 장악했다. 또 17일에는 ‘라이온 킹’이 간판을 걸며 승부를 겨룰 예정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결국 가장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사랑 받을 것”이라며 “인지도나 캐스팅을 떠나 관람객의 입소문이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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