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 경제보복 불구,화웨이 제재 풀리면 기회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업황 불황에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경제 보복' 조치까지 이어지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당분간 즉각적인 조치보다는 하반기 수요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빠르면 8월부터 일부 반도체 관련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이에 수출 규제가 시행되면 국내 업체들은 각각의 수출 계약 건 별로 '일본 정부의 승인 절차(90일 소요)'를 거쳐야만 한다.

일본이 규제에 나선 품목은 TV·스마트폰의 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공정용 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산) 등 총 3개 품목이다.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5월까지 해당 소재의 일본 수출 의존도는 레지스트와 에칭가스가 각각 91.9%, 43.9%였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3.7%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193nm 미만의 파장의 빛에 최적화된 레지스트만 규제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D램 생산에 들어가는 레지스트인 Arf 빛의 파장은 193nm이고 낸드(NAND)에 들어가는 레지스트인 KrF 파장 역시 248nm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우려하는 점은 미래 반도체 전략의 핵심 중의 핵심인 EUV 파운드리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 EUV 공정을 도입하지 않고 있고 향후 후속 공정에서 EUV가 대량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놓고 일종의 테스트를 거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부터 발동되는 3가지 품목에 대한 개별 수출 허가 제도는 당장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일본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반면 현재 메모리반도체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수출규제는 오히려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DRAM 73%와 NAND 46%를 각각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규제에 따른 양산 차질이 발생하면 출하량 감소를 뛰어넘는 가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소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DDR4 8기가비트)은 5월(3.75달러)보다 11.73% 하락한 3.31달러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가격이 6달러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돼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연초 가격이 하락했다 하반기부터 가격이 상승하는 ‘상저하고’를 기대했지만 이 것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기는 하지만 하반기에 주요 이슈가 사라지게 되면 수요가 늘면서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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