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스타벅스(Starbucks)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잡이배 항해사인 스타벅(Starbuck)의 이름에서 따와 세 명의 창업자를 나타내는 복수형을 붙여 탄생됐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미국 성조기를 나타나는 별(Star)과 달러의 애칭인 벅스(Busks)가 합성된 이름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그린백(Greenback)’은 미국 지폐의 또 다른 애칭이다. 우리나라 지폐가 종류별로 각기 색상이 다른 것과 달리 미국 지폐는 뒷면의 색상이 모두 녹색으로 인쇄된 까닭에서다.

우리나라 1만원권이 ‘세종대왕’, ‘배춧잎’, 5만원권이 ‘신사임당’, ‘은행잎’으로 불리듯이, 대개 화폐의 모델이나 색상의 특징이 비유돼 애칭화된다.

우리나라 화폐사상 최초의 여성모델이 신사임당이다. 신사임당이 모델로 등장한 5만원 권이 올해로 발행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5월말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4개 은행권 중 5만원권은 금액으로는 84.6%(98조3000억원), 장수로는 36.9%(19억7000만장)를 차지했다.

당초 부정적 시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국민지폐인 1만원 권을 제치고 중심화폐로서 안착하고 있다.

또한 5만원권은 10만원 자기앞수표를 빠르게 구축(驅逐)하고 1만원 권 5장의 대체효과로 화폐사용의 편리성을 높였다. 화폐 관리비용과 발권차익(Seigniorage)에서도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5만원권의 등장으로 일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1만원권 3장이 적정 수준으로 여겼던 경조사비, 용돈, 세뱃돈의 금액이 5만원권 1장으로 상향평준화 됐다. 돈의 용도를 감안했을 때 최고액 권인 5만원 권 1장 정도는 주어야 체면이 선다는 심리가 팽배해졌다고 할수 있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 작용하는 것이 ‘심적 회계’다. ‘심적 회계’란 결국에는 같은 돈이지만 사람들이 돈을 심리적으로 여러 용도(계정)로 나눠 인식해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다. 실질소득 변화 없이 5만원 권의 등장으로 심리적 눈높이가 3만원에서 5만으로 인상되는 인지부조화에 빠진 셈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당신이 내는 돈은 가격이지만, 돈을 내고 얻는 것은 가치”라고 말한다. 돈에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가 존재한다. 가격은 돈의 절대 액수이고 가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화폐가치인 실질구매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의 액수에 신경을 뺏긴 나머지 돈의 가치를 간과하는 ‘화폐 환상’에 급급해 한다. 5만원권이라는 최고액 권이 경제행위에 대한 명목기준의 척도가 된 게 현실이다. ‘화폐환상’의 잣대에서 벗어나 돈의 실질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OECD국가가 대체로 4~7종의 지폐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경제규모 세계10위권 위상을 감안할 때 3만원 권이나 10만원 권의 출현을 기대해 봄직하다. 그때 ‘심적 회계’와 ‘화폐 환상’이 또 어떤 모습으로 투영돼 우리 삶에 파고들지 궁금하다.

칼럼리스트=이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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