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금융사 CEO, 소통에 빠지다
[소통의 시대] 금융사 CEO, 소통에 빠지다
  • 권혁기 기자
  • 승인 2019.07.07 09:33
  • 수정 2019-07-07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들과 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포장마차서 한잔...각양각색 방법으로 소통
은행권 CEO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소통 경영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각 은행 제공
은행권 CEO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소통 경영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각 은행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금융사들이 변하고 있다. 조직 내 정점인 최고경영자(CEO)부터 신입사원까지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대명사였던 금융권에 '소통'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이사가 신입사원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인생의 ‘멘토’가 되는가 하면, 임원진들이 청년들로부터 '역 멘토링'을 받기도 한다. 또한 CEO가 직접 현장을 뛰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직원들과도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는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며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더욱 달라지는 것처럼 CEO부터 소통하고 학습하고 습득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발로 뛰는 은행장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때 딱딱한 조직문화의 상징이었던 은행이 급변하고 있다. 국내 은행장 중 첫 1960년대생으로 젊은 층에 속하는 허인 국민은행장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1년에 1~2차례 전 직원에게 커피를 산다는 허 행장은 지난 2월 28일과 3월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직원들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2월에는 전국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했고 3월에는 서울 여의도 본점 및 전산센터 등 본부 직원 전원에게 커피를 샀다.

허 행장은 2017년 11월 취임 때부터 고객과 직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야 리딩뱅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올해 초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KB'를 선언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취임 후 한달 간 전국을 돌며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진 행장은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만드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고객 퍼스트(First)'가 단순한 일회성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고객과 진정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소통 경영을 다짐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2분기 첫날 '은행장과 함께하는 소통과 공감' 간담회를 개최했다. 200여명의 인근 영업점 및 본점 직원들과 자유로운 토론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을 전국 영업점에 생방송으로 송출했다.

지 행장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한 후 "묵묵히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인정받고 직원들 스스로 자기 발전을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최고의 디지털, 글로벌 은행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간담회 후에는 인근 호프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시며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2017년 말 은행장 취임 후 약 1000명의 직원들을 만났다. 전국 46개 영업본부를 모두 방문하는 열정을 보인 손 회장은 "직원들과의 행사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며, 영업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은행장이 될 것"이라고 소통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소통의 일환으로 일반행원에서 지점장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참여한 '세대공감 토크콘서트'를 연 2회 열어 주제별로 자유로운 토론을 하게 했다.

(왼쪽부터) 김신 SK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증권사 CEO들은 취임 초부터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SK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왼쪽부터) 김신 SK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증권사 CEO들은 취임 초부터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각사

◆ 증권사 CEO들, '소통이 성장이다'

증권사 역시 소통을 올해 화두로 잡았다. 2013년 12월 취임한 김신 SK증권 사장은 증권가 대표 '소통 CEO'다. 지난 2017년 드라마 '도깨비'가 인기를 끌자 극중 김신 역을 맡은 공유의 달력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며 "내 이름도 김신"이라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직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비슷한 시기 결혼이나 출산, 승진을 하는 직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고 서로 소통하며 유대 관계를 맺게 하는 것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조기 퇴근하는 '패밀리데이' 시행,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임직원 가족에게 자필 편지와 학용품 세트 선물 제공 등이 김 사장의 소통 방식이다. 김 사장은 몇 해 전 신년사에서 "구성원의 건강이 회사의 건강이고 구성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고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계급장 떼기'에 일가견이 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딜(거래) 리뷰(검토) 회의'를 여는데 직급과 직책에 상관없이 실무자가 사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다. 2010년 최 대표가 사령탑에 오른 후 자리잡은 '격식파괴 기업문화'다.

또한 실무자들이 대면보고 대신 전화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로 대체하게 한 것 역시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법이었다. 최 대표로부터 업무 실무자들과 직접 통화하고 의견을 청취한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관료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평소 생각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이인기 NH농협카드 대표. /사진=각사 제공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이인기 NH농협카드 대표. /사진=각사 제공

◆ 보험·카드 대표들, 모바일시대 발맞춰 SNS로 소통

보험·카드 CEO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무려 18년이나 기다려온 코스트코 단독 제휴 이후 출시와 상세한 혜택, 디자인 콘셉트 등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고객들과 소통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사내 소통 플랫폼 '신한카드 대자보'를 운영하고 있다. '대자보'는 별도 SNS 채널을 통해 익명으로 의견을 접수,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 등을 제외한 대부분 의견 원문이 전사 게시판에 공유되는 게 특징이다. 대자보에 오른 글에 대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참여로 해결책이 논의되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이인기 NH농협카드 사장의 지원 아래 창설된 사내조직 'TMI(Trend Making Information)'는 다양한 분야의 최신 정보를 임직원들에게 공유토록 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직원들을 통해 고객들이 집중하는 이슈 등을 파악하고 소통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자 만들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