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 영업익 시장 예상치보다 낮아... 시스템반도체 등 시장 위기 해결책 검증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기타개를 위해 일본을 찾았다. 삼성의 위상만큼 이 부회장의 위기극복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주력사업인 반도체가 침체의 늪에서뿐 아니라 원활한 부품공급을 받지 못해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일본통인 이 부회장이 현지를 직접 찾아 총수가 직접 위기극복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총수 자리에 오른 2년만에 이재용 부회장은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자신의 재판보다는 회사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의지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사업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아 이 부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잠정)으로 매출 108조3900억원, 영업이익 12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30조5100억)보다 무려 58% 이상 줄어들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분기 연속 6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지던 반도체 불황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어 관련 실적이 정체됐고, 디스플레이와 가전은 전분기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이번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은 3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 1분기 기록한 4조1200억원 수준보다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앞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에 17조 5700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 때문으로 지난해 말부터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다졌다는 낙관론과 올해 하반기에도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인 IT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5G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 등의 출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가 겹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부쩍 고위임원과의 회동이 잦아졌다. 위기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향후 미래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삼성전자 실적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DS)부문에서 판을 바꿔야 한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골자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바 있다. 이는 시장 업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메모리 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로 주력 분야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세계 1위’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기반 반도체로, 삼성전자는 사람의 두뇌에 가까운 AI 반도체 NPU 독자 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전문 인력을 지금의 10배인 2000명 규모로 늘리고 관련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점은 해외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분야에서 업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삼성총수가 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직후 일본을 찾은 이유도 일본에서 부품수급이 어려워지면 단기실적 만회가 어려워지고 사태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일본 정·재계 인사를 만나 위기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돌아와 한국 정부와 의논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주요그룹과의 총수회의를 통해 일본에서 확인된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판단으로 시스템반도체를 강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지만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경영활동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행보가 최근 여러 방면으로 공개되고 있는 점도 경영위기 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