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도영 기자] "포켓몬 잡으러 동해안으로 갑시다!"

지난 2016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열풍은 뜨거웠다. 특히 한국에서는 2017년 1월이 돼서야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출시 전 게임을 맛보기 위한 국내 이용자들은 선출시 된 일본의 위치기반 서비스가 국내 동해안 인근에 적용되면서 한때 속초와 포항 등으로 많은 이용자가 몰리는 ‘해프닝’이 나오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몇 날 며칠을 그곳에 머물며 숙박과 숙식을 해결해 의도치 않게 ‘지역 경제’를 살리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월 한국에 정식 출시된 '포켓몬 고'는 출시 전부터 국내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AR 게임의 '대부'로 불리우고 있다. / 사진=포켓몬 고 공식 페이스북 이미지

‘포켓몬 고’가 출시된 이후 국내 게임사들도 AR과 가상현실(VR) 게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이어왔다. 하지만 출시를 하기에는 마땅한 콘텐츠를 찾기가 어려웠고, 포켓몬처럼 확실한 인기를 끌만한 지식재산권(IP)가 없어 뒤이어 출시하는 게임이 흥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들의 AR·VR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지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비롯한 PC, 콘솔 등의 시장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장르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포켓몬 고’를 AR의 ‘대부’ 게임으로 만든 나이언틱이 WB게임즈 샌프란시스코와 손잡고 ‘해리포터: 마법사연합(해리포터)’을 야심차게 국내에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후 보름(13일 기준)이 지난 현재 모바일 앱마켓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해리포터’는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 22위, 구글 플레이 무료 게임 순위는 100위권 밖에 머물러있다. ‘포켓몬 고’와 비교해볼 때 매우 저조한 수치다.

특히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장르의 다각화’라는 트렌드에 따라 기존의 게임들과 새롭게 유입된 게임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이 AR과 VR 등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접목시킨 게임에 대한 반응이 시들해진 가운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을 비롯한 게임업계도 AR과 VR 게임을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계획과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넷마블이 오는 30일 일본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요괴워치: 메달워즈’에 AR 기능을 접목시킨다고 밝히긴 했지만, AR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게임 내에 숨어 있는 요괴를 찾아 사진을 찍고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반면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모바일 분야와는 달리 콘솔 시장에서 당장의 실적 쌓기 위한 게임이 아닌 선제 시장 대응의 차원에서 VR게임을 출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8일 출시한 VR게임 '포커스온유'와 '로건'의 공식 출시 이미지. /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8일 자체 개발 타이틀 연애 어드벤처 VR게임 ‘포커스온유(FOCUS on YOU)'와 잠입 액션 어드벤처 VR게임 ’로건(ROGAN : The Thief in the Castle)'을 정식 출시했다.

이 게임들 내에는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3D 입체 사운드 시스템 등 유저들에게 다양한 AR 기능만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이용자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체험을 하는 방식을 채택해 고퀄리티의 그래픽과 모션 캡처를 통한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했다.

김대진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포커스온유와 로건은 기존 VR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깊이 있는 스토리 등이 유저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VR 타이틀 정식 출시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고퀄리티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AR·VR 게임이 이용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AR과 VR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의 출시 초기에는 새로운 장르와 게임 형식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이용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 IP에 AR·VR을 접목시켜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울뿐더러 출시를 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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