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들만이 누릴 수 있는 축제 ‘솔로대첩’이 다가온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이하는 솔로대첩은 상술과 축제의 경계에 놓이며 매년 ‘뜨거운 감자’로 조명받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결혼보다 연애를 중시하는 2030 트렌드에 힘입어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마케팅 이벤트’ 반열에 올랐다.

■ 솔로대첩은 어떻게 시작됐나

솔로대첩은 2012년 11월, 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현재 비공개 페이지로 전환됨)’를 운영하는 페이스북 유저가 대규모 미팅을 제안했던 것이 이벤트화 됐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익명성을 통해 다양한 네티즌이 참가 의사를 밝히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초 크리스마스 시즌 서울에서만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던 주최 측은 전국 15곳에서 동시 진행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나 외로운 이성간의 만남을 취지로 기획된 행사는 기획 초기부터 큰 암초를 만난다. 성추행·절도 등 강력 범죄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고 급기야 안전 문제가 최대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서울시에서도 안전 문제를 우려해 당초 개최 예정지인 여의도공원의 행사 허가를 거부했지만 주최 측은 안전 문제를 자체 해결하겠다며 100여명의 자경단을 조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여의도공원 400명을 포함, 전국 15개 개최지에 1,000여명의 경찰이 투입되는 사상 초유의 아슬아슬한 솔로대첩이 개최됐다.

2012년 12월 24일과 25일, 크리스마스 시즌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행사를 통해 실제로 몇 쌍의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여성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가 나타났다. 행사에 참여했던 한 네티즌은 SNS를 통해 “남과 여의 만남이 아닌 경찰과 비둘기의 만남”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초기 솔로대첩은 대실패였다는 혹평을 듣고 초라하게 마무리됐다.

솔로대첩이 화제가 되자 다음해인 2013년도에는 기업들이 스폰서가 된 관련 행사들이 줄을 지었다. 상술과 축제의 영역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크리스마스 솔로 이벤트가 애초 취지와 다르게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주장과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통해 보다 안전한 이벤트가 됐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

이후 ‘외모지상주의의 결정판’ ‘위장 커플’ ‘사고의 화약고’ ‘기업 마케팅 끝판왕’ 등 다양한 부작용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사고 등 부정적인 이슈없이 매년 다양한 솔로대첩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열린다

올해는 크고 작은 안전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묻지마 살인’에 대한 공포가 대중에게 깊히 각인된 만큼, 타인에 대한 경계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이고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평소보다 이른 솔로대첩을 만나게 된다.

2014년 신촌 솔로대첩을 열었던 새마을미팅프로젝트는 오랄케어 브랜드 덴티스트와 손잡고 11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솔로대첩을 진행한다. 14일 ‘키스데이’를 맞아 청춘남녀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남녀 각 250명씩 총 500명을 새미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모집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단순 게릴라 데이트가 아닌 맛집 탐방 테마로 꾸며져 안전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것이 주최 측의 목표다.

사전 모집을 통해 최종 선발된 청춘남녀 500명은 용산 아이파크몰 제휴 음식점을 차례로 방문해 대표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미팅을 할 수 있다. 음식점 방문 시 스태프들에 의해 남녀 2:2로 자리가 배치되며 한 가게당 체류 시간은 최대 45분으로 계획됐다.

▲ 새마을미팅프로젝트 제공

 

오는 18일에는 싱글 직장인들을 위한 솔로대첩이 열린다.

알파돔시티는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복합 문화 센터 라 스트리트에서 싱글 남녀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로마의 휴일 in 라 스트리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새마을미팅프로젝트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며 동성 2인 1조로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참여할 수 있다.

라 스트리트 중심에 위치한 모자이크 공원에서 참가자 신청 확인 후 별도의 손목밴드와 브로셔를 받고 입장할 수 있다. 참가자는 브로셔에 적힌 제휴 음식점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음식과 맥주를 무한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음식점 입장 시 스태프들의 안내를 통해 남녀 2:2로 자리를 배치받게 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결혼을 포기하는 솔로족이 늘면서 다양한 솔로대첩이 환영받는 분위기”라면서도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안전을 강화했다고는 하나 행사가 끝난 후 사고에 대한 대비책 등 다양한 사후지원 방법도 마련해야 좋은 취지의 솔로대첩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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