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 / 프레인TPC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허스키한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으로 매 작품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온 배우 엄태구. 그는 지난달 26일 종영한 OCN 수목극 '구해줘2'(연출 이권, 이승훈, 극본 서주연)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김민철 역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한껏 뽐냈다. 최고 시청률 3.56%를 기록하며 첫 TV 주연작을 무사히 마무리한 엄태구는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나 다행이라면서도 "작품을 함께한 선배들과 스태프들이 보고 싶다. 월추리 마을에 아직 있을 것만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즌1 때 작품의 화제성이 높았다. 시즌2에 합류하면서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시즌에 대한 부담보다는 작품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재미있게 봤고, 거기 나온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해줘2'를 선택한 건 대본에 힘 있었고, 배우진이 좋아 합류하게 됐다. 갖고 있던 부담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덜어내려고 했다. 이전 캐릭터는 조금 가벼운 느낌이 있었으나, 여기선 진중한 느낌이 강했다.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많이 잡아갔다. 또 원작에서는 민철이가 아버지이고 영선(이솜)이가 딸로 등장하는데 드라마화되면서 조금 바뀌었다. 그런 점에선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지우려고 했다. 따라하게 되는 부분이 있을까 봐 새로운 대본과 새로운 캐릭터에 집중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다. 사이비라는 종교적인 소재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
"종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종교보다는 사기꾼이 종교라는 도구를 이용해 사기치는 내용에 집중한 것 같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기도하고 연기했다. 모니터 보면서 한 번쯤은 '진짜 믿음, 올바른 믿음은 뭘까'라는 고민을 해봤던 것 같다. 다행히 교회분들도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웃음)"
 

배우 엄태구 / 프레인TPC 제공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만난 천호진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대선배님과 베테랑분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그분들의 아우라, 에너지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수많은 스태프들 속에 오직 그분들만 보일 때가 있다. 특히 천호진 선배님의 후광은 굉장히 크다. 작품을 하면서 내가 과연 선배님과 대립하는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감사하게도 선배님이 하고 싶은 데로 편하게 연기하라고 배려해주셨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에서 선배님 뒤를 따라다니는 역할을 해봐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됐는데,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이솜, 한선화 등 여배우들과도 함께 연기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이솜 배우가 대본 리딩 때부터 말을 편하게 해줬다. 현장에서도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고, 연기할 때도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편하게 지내서 그런지 현실남매 느낌이 더 살았던 것 같다. 선화 배우랑도 호흡이 너무 좋았다. 미안한 게 촬영하면서 편하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막판에 말을 놨다. 사실 성격상 말을 먼저 놓질 못한다. 편하게 하라는 말을 두세 번 들으면 그때 놓는다.(웃음)"  
 
-지금까지 액션, 느와르 등 장르물을 많이 해왔다. 그런 장르를 선호하는 건가.
"딱히 어떤 장르를 선호하고 그런 건 없다. 지금 드는 생각은 다른 장르도 많이 해보고 싶다. 멜로도 해보고 싶다.(웃음) 가장 즐겨본 드라마 작품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2016)다."
 

배우 엄태구 / 프레인TPC 제공

-형이자 영화감독인 엄태화의 작품 출연 제안은 없나. 연기하면서 형의 영향도 많이 받을 것 같다.
"형이 나를 부르지 않는다.(웃음) 만약 작품에 출연 시켜주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도 형 때문이다. 형이 사온 DVD를 보면서 형은 연출가로, 나는 연기로 꿈을 키웠다.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 자체가 형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2007년에 데뷔해 벌써 연기 경력 10년이 넘는다. 가장 감사한 작품을 꼽는다면.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딱 하나만 꼽으면 영화 '밀정'(2016)인 것 같다. 김지운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을 만나면서 '이 일을 계속해서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배우로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당시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끔 놀이터 같은 자리를 깔아주셨다. 그때부터 연기가 재미있게 느껴졌고, 앞으로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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