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지상파는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상반기 가장 눈에 띈 활동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이다. 대표적으로 MBC는 드라마 '이몽'으로 역사를 재조명했다. 드라마를 통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독립운동 역사를 되새긴 MBC는 또 다른 활동으로도 임정 수립 100주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흩어진 독립운동 유적지에 표지석을 세우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는 것. KBS 역시 다양한 역사 다큐멘터리에 이어 대형 콘서트로 의미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 대한 국내의 '반일 감정'이 격화된 현시점에서 지상파의 이러한 행보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은 한국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역사와 영토 문제로 부딪혀왔다. 이런 소란에도 MBC와 KBS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기획하고 있다. 각 방송사가 올해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또 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살펴봤다.

프랑스 쉬프에 설치된 독립운동 표지석 / MBC제공

■ MBC, '대한민국 독립운동 사적지' 표지석 설치
MBC는 올해 '임정100주년사업단'을 꾸려 독립운동 유적지에 표지석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쉬프(Suippes)에서 처음으로 그 행보를 시작했다. 쉬프는 100년 전 러시아 무르만스크를 떠난 한인 노동자들이 정착했던 곳이다. 노동자들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현지인들의 유해를 수습해 묘지를 만들고, 도시를 다시 세우는 극한 노동을 견뎌냈다. 역경 속에도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열망은 이어졌고, 한인 노동자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의 절반 이상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기꺼이 내놓았다. 이러한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와 활동을 기억하게 위해 MBC는 쉬프 전쟁박물관 앞 잔디밭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또한 이와 관련된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 표지석 상단에 새겨진 QR코드를 통해 볼 수 있게 했다.

MBC 관계자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국내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에 대해선 자세히 알고 있지만, 해외에서 활동한 분들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독립운동 당시, 나라를 뺏긴 상태에서 국내 여권이 아닌 중국 여권으로 해외로 넘어가 활동한 분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그분들이 활동했던 곳에 가보면 아무런 표식이 없다. 안내판 조차 없어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역사를 기억하고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사니까 표적지 설치와 함께 당시 활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 좋겠다 싶어 미니 다큐를 찍었고, 이를 표지석에 새겨진 QR 코드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해외에서 소개함에 있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관계자는 "그 나라 역사가 아닌 한국의 역사다 보니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더라. 현지 정부와 협의해야 되는 부분이 많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러시아, 중국, 미국 등 10군데에 표지석을 설치하려고 계획 중인데,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MBC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최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갈 것을 이야기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 KBS제공

■ KBS 2TV,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주최
KBS는 오는 광복절을 맞아 재외동포재단과 함께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을 진행한다. 시대의 아픔을 시로 표현했던 민족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되짚으면서 그의 시와 삶, 나아가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길 전망이다. 콘서트 녹화는 7월 18일 KBS홀에서 이뤄지며 방송은 8월 15일 전파를 탄다. 

KBS '별 헤는 밤' 고국진 PD는 "올해는 3.1운동 및 임정 수립 100년을 맞은 의미가 깊은 해다. 그런 해에 어떤 기획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윤동주가 떠올랐다. 그분의 이야기가 교과서에는 잘 담겨있지만, 살면서 잊혀지는 부분들이 있더라. 총칼을 들고 싸우는 독립운동가도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윤동주의 시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한 시 말고도 좋은 시들이 참 많다. 콘서트를 통해 아티스트분들이 시를 낭송하고 그 시에 맞는 노래를 선사한다면 윤동주에 대해 좀 더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인 윤동주뿐만 아니라 청년 윤동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며 "한창 연애하고, 공부할 나이에 고민과 아픔을 겪다 세상을 떠났다. 당시 모습이 요즘 젊은 이들과 어느정도 비슷한 것 같다. 교차점을 찾는 것에 관점을 두고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별 헤는 밤' 콘서트 진행은 국민배우 김영철, 한혜진이 맡는다. 또 무대에는 뮤지컬 배우 민우혁, 가수 이적, 백지영, 스윗소로우, 포레스텔라, 다이나믹듀오, YB 등이 출연해 뭉클한 울림과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 KBS홈페이지

■ 평론가 "당연히 해야할 일"
방송사들의 활동을 접한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공영방송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성수 평론가는 "공익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다양하게 하라고 독점권을 준게 공영 방송이다"라며 "예전에 KBS가 했던 활동 중에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방송을 통해 약 1만여 명이 헤어진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고, 방송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공영방송이 마땅히 해야 할 임무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3.1운동 및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명분이 너무 좋지 않나. 좋은 명분으로 사회 공헌활동을 한다면 사실상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 현재 방송국들이 이를 잘 활용해서 본인들의 임무 중 하나였던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공익광고 캠페인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 말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활동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예전에 '무한도전' 같은 경우도 프로그램과 공헌활동을 엮어서 공적인 기부 활동을 했는데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MBC가 표지석을 세우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세워가는 모습 등을 다큐멘터리로 담아 콘텐츠화 한다면 방송국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의미가 더욱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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