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AR의 이승호 프로듀서(왼쪽)와 플립이블의 서동혁 감독.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만이 연예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스타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자, 조명을 받는 것이 아닌 비추는 기술자, 한 편의 작품이 될 이야기를 찾고 쓰는 작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연출가 등 카메라 밖에서도 연예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연예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코너를 신설했다. <편집자 주>

짧으면 3분 길면 6분 남짓 되는 뮤직비디오. 어떤 때는 짧은 영화 같고 또 어떨 때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가수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잡아내는 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까. 감각적인 영상으로 한국 뮤직비디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는 플립이블 프로덕션 서동혁 대표와 역시 영상 프로덕션인 VFAR의 이승호 프로듀서를 만나 영화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리는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과 요구되는 자질 등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하다 뮤직비디오 업계에 들어오게 됐나.

서동혁="내가 좀 특이한 케이스다. 전공은 영화쪽을 했고 먹고 살려고 취업을 알아보다가 취업 쪽으로 빠지기에는 영상이라는 학문이 워낙 길이 좁아서 모션그래픽을 2년 정도 공부를 해서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커머셜 쪽에서 2~3년 일을 하다 해외로 나가 인터랙티브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그래픽 쪽이 다 연결, 연결이 돼 있다. 그러다 회사 다니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나는 내 일을 해야 되는 성격이구나' 깨닫고 미국에서는 사업체를 꾸릴 수 있는 환경이 안 돼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때가 31살 즈음이다. 늘 하던대로 모션그래픽 일을 하다가 카메라 촬영, 그래픽 일을 병행하게 됐다. 그러면서 내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유명세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캠페인 영상이나 콘서트, 패션 필름을 찍다 뮤직비디오 시장까지 오게 됐다. 지금 우리 분야에서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장르가 뮤직비디오라 보면 된다. 영화를 제외하곤 뮤직비디오, TV 커머셜 정도다."

이승호="스위스의 호텔학교 레로쉬를 졸업했다. 그 당시 전공했던 게 호스피탈리티 매니지먼트다. 그 때 알고 있던 감독님 한 분이 내게 같이 프로덕션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영상계라는 게 생소하기도 했고 그래서 '내 전공이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하겠다'고 했다. 이후 방학 때 조금 경험을 해 보고 그러다 졸업을 1년 남기고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프로듀서와 맞는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는 감독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갈 수 있게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젝트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게 관리하는 거다. 그게 매니지먼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업계에 들어와 보니 어떻던가. 분야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드나.

서동혁="나는 지금이 좋다. 일 자체는 힘든데 적성과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평소에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또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 사실 어떤 분들은 뮤직비디오를 영화 쪽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짧은 광고 영상을 찍으며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있고 싶다."

-힘든 부분은 없나.

서동혁="삶과 일의 경계, 보통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함)이라고 하는데 그걸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일요일, 월요일 개념도 없고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도 일정하지가 않다. 아무리 내 사업을 한다고 해도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잖나. 아티스트, 광고주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스케줄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추고 조율하다 보면 내 개인 시간을 꾸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승호 프로듀서는 어떤지.

이승호="내가 배웠던 것과 지금 하는 일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프로듀서로서 일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두 분야 모두 섬세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게 큰 공통점이다. 그래서 이질감이 별로 없고 적성에도 잘 맞는다고 느낀다. 삶과 일의 경계가 무너진 것에 대해서는 몸은 힘들긴 하지만 매번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는 느낌 자체를 즐기고 있다. 물론 스케줄이 복잡하긴 하다. (웃음)"

VFAR의 이승호 프로듀서(왼쪽)와 플립이블의 서동혁 감독.

-뮤직비디오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나. 퍼포먼스에 집중된 비디오도 있고 드라마타이즈 형식도 있고. 감독들마다 장기인 분야가 있을까.

서동혁="너무 있다. 내 경우엔 감각적인 영상에 특화된 것 같다.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조금 독특하기도 하고 트렌디하기도 한 그런 영상을 원할 때 날 찾아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는 뮤직비디오를 소개해 달라.

서동혁="사람들이 잘 아는 뮤직비디오로는 딘의 '인스타그램'이 있다. '인스타그램' 뮤직비디오는 조금 특이한 결이라고 느낀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나는 뮤직비디오가 어떤 면에선 광고라고 본다. 아티스트와 음악이 잘 보여지게 하는 광고의 영역. 그 와중에 자신의 색을 내는 사람들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먹고 사는 것 같다."

-두 분이 함께 작업한 작품도 있을까.

이승호="최근에 그룹 에이티즈의 '일루션'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함께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

-뮤직비디오 업계에서는 여러 회사가 협업해서 작업하는 게 일반적인가 보다.

서동혁="그렇다. 사실 내부 프로듀서, 내부 촬영감독, 내부 조명감독을 다 가지고 있는 팀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승호="각 프로덕션마다 '여기 감독은 이걸 잘해', '여기 프로듀서는 뭘 잘해' 이렇게 얘기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마다 각각의 특색이 있으니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독, 또 그에 맞는 최고의 프로듀서, 최고의 조명감독을 쓰고 싶을 것 아닌가. 그래서 다른 회사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형성하게 되는 거다."

-보통 뮤직비디오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서동혁="짧으면 2주, 길면 2달 정도가 걸린다. 보통 나는 1달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감독과 프로듀서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면.

이승호="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프로듀서는 감독이 원하는 바를 보고 그쪽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여러 실질적인 업무들을 맡는다. 그래서 정무적인 감각이 꼭 필요하다. 큰 프로젝트를 할 때는 총괄로도 불린다. 그러면 예산을 보고 그걸 어떻게 집행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만약 감독이 A라는 그림을 원한다고 하면 그걸 찍을 수 있는 여러 장소를 찾는다. 감독이 원하는 바를 구현하면서 갖고 있는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거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보고 대응하는 것도 프로듀서의 일이다."

VFAR의 이승호 프로듀서(왼쪽)와 플립이블의 서동혁 감독.

-뮤직비디오 감독, 프로듀서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면.

서동혁="잘해야 한다. (웃음)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연출가나 작가, 그러니까 이야기 구조를 담는 사람의 시각이 실리잖나. 뮤직비디오는 결이 조금 다르다. 패션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비주얼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고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 사실 단기간에 공부해서 되는 영역이 아니다. 히스토리가 쌓이고 내공이 쌓였을 때 연출을 할 수 있다."

이승호="정무적인 감각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 또 직관적이고 냉정한 업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그런 게 아주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감독이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프로듀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 업계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서동혁="호기심으로 올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버티기가 어렵다. 만약 진짜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일단 뭐라도 만들라고 얘기하고 싶다. 휴대전화로든 DSLR로든 만들어야 한다.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영상이라는 최종의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결과물이 쌓이다 보면 길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는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승호="프로듀서로서 표본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부족하고 실수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런 걸 줄이고 고쳐나가면서 감독들이 믿을 수 있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

서동혁="감각을 유지하면서 길게 가고 싶다. 50살까지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계속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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