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드러그스토어(Drug store)인 헬스앤뷰티(H&B·Health&Beauty)스토어 시장이 대형 유통기업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CJ, GS는 각각 올리브영, GS왓슨스를 앞세워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했고, 롯데·신세계 등 굵직한 유통기업들이 뒤늦게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H&B스토어는 건강식품이나 중저가형 화장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다. 물 건너 온 드러그스토어가 한국에서는 H&B스토어로 자리잡았다. 2011년 3,000억원 규모였던 H&B스토어 시장은 지난해 9,0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1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1위 올리브영, 업계 내 유일한 흑자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1999년 H&B스토어라는 신개념 매장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주력 제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구입할 수 있고 전국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출점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장점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7,603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가맹사업을 본격 시작한 2011년 매출(2,119억원)보다 5,485억원이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81억원으로 집계돼 업계 내 유일한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장 수는 152개에서 552개로 늘었다. 올리브영의 올해 4월 말 기준 매장 수는 600개를 넘었으며, 2011년 이후 연 평균 37.6%씩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인 테마파크 내 매장 ‘올리브영 에버랜드점’, 올리브영 아울렛의 선전으로 올해에는 매출이 9,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사진=올리브영

올리브영의 대표 매장은 업계 최대 규모의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다. 올리브영 관계자에 따르면 젊은 소비자의 트렌드 파악을 위해 관광 명소인 명동에 열어 국내 소비자와 해외 관광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여성 소비의 증가 추세를 반영해 뷰티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퍼스널, 헬스케어도 강화한 전략이 성장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2위 왓슨스, 해외시장에서 두각

선두 올리브영과 양자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규모의 차이가 큰 편인 2위 GS왓슨스는 지난해 1,2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왓슨스는 직영점 출점 원칙을 고수하며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7일 현재 12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137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GS왓슨스 매장 내부. 사진=GS왓슨스

올리브영과 점포 수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지만 왓슨스는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 4,500여개, 전세계 1만1,400여개에 점포를 두고 있으며 홍콩,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국가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동남아까지 진출해 있다.

왓슨스는 지난해 61억원의 영업손실로 2011년 이후 꾸준히 적자를 보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인만큼 PB(자체브랜드) 강화 및 가격 경쟁력으로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화장솜, 면봉, 핸드워시 등 PB 상품에 주력하고 단독 입점 브랜드도 강화해 현재 50여개의 브랜드와 1,100여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 3·4위 롭스·분스, 차세대 주자는 누구?

여기에 롯데와 신세계가 본격 가세하면서 H&B스토어 시장 규모 확대에 힘을 보탰다.

2012년 신세계 이마트가 대형마트 최초로 H&B스토어 ‘분스(BOONS)’를 내놨고, 이듬해인 2013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롭스(LoHB’s)’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3년 홍대에 처음 문을 연 롭스는 지난해까지 53개 매장을 운영했고, 올해 들어 14개 매장이 신규 출점해 총 6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점포 수를 1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로수길과 코엑스몰 등 유동인구가 많고 쇼핑·관광 인파가 많은 목이 좋은 곳에 출점을 늘려 인지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 롭스 매장 내부. 사진=롭스

롭스는 다른 H&B스토어와의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 전략을 썼다. 스틸라, 브루주아 등 백화점에만 입점되어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를 H&B스토어로 끌어왔다. 스틸라와 브루주아는 롭스 출점 당시부터 독점 계약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롭스는 백화점 전용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온 크리니크의 입점도 H&B스토어 최초로 성공했다.

H&B스토어는 백화점 브랜드들이 입점을 반기지 않는 곳이다. 로드샵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 중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롭스는 2030 여성들의 구매 패턴이 백화점에서 가깝고 친근한 H&B스토어로 옮겨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고 고급화 전략에 성공했다.

롭스의 뒤를 잇는 분스는 현재 서울 강남·명동·고속터미널·대학로, 부산 센텀 5개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각 매장은 2030 고객들의 구매성향, 소비 트렌드 파악을 위한 안테나샵 개념으로 출점되어 각 상권별로 상이한 포맷을 갖고 운영된다. 주변 상권의 특성을 살려 매장의 상품 카테고리가 다르게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분스 강남점은 에스테틱과 자체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with me)가 입점해 있고, 고속터미널점과 명동점은 약국이 입점해있다.

▲ 분스 강남점. 사진=분스

분스 관계자에 따르면 분스는 추가 출점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들은 트렌드를 확인하고 조사하는 일종의 시험형 매장으로, 여기서 모인 데이터를 이마트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영국의 최대 규모 드러그스토어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사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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