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 일명 '경제왜란'이 발발하면서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NO재팬' 보이콧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 일본에서 각각 반일, 반한 감정이 뜨겁게 타오르는 와중에 양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K팝 스타들과 일본 제품의 모델로 활동하던 스타들에겐 불똥이 떨어졌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연예계에서는 몸을 사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니클로 광고 속 지성.

■ 모델은 죄 없다? NO, 모델도 죄 있다!

유니클로, 데상트 같은 의류 브랜드부터 기린, 아사히 등 식·음료 제품에 이르기까지 일본 브랜드의 제품들은 국내에 너무 많이 퍼져 있어서 하나하나 다 제대로 알기 어려울 정도다. 때문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브랜드의 제품들엔 뭐가 있는지 정리한 표가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함께 제공되는 정보가 각 브랜드 별 모델이다. 특히 전쟁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그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나 우익기업으로 알려진 브랜드의 모델 활동 이력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기업이 문제일 뿐 모델은 죄가 없다"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경제왜란'으로 반일감정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이미지 재고를 위해 스타 모델을 쓰는 건데 당연히 모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더 크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새롭게 일본 브랜드와 모델 계약을 맺은 스타들의 처지는 더 난감하게 됐다. 지성은 지난 4월 이번 '일본 보이콧 운동'의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유니클로의 이너웨어 에어리즘 모델로 발탁됐고, 전소미는 솔로 데뷔와 함께 일본 뷰티 브랜드 시세이도의 새 얼굴이 됐다. 특히 시세이도의 경우 지난 5월 성폭력에 대한 실상을 무시한 판결에 항의해 일본 3대 도시에서 열린 플라워시위(#FLOWERDEMO) 참가자들에 대해 "자신들의 정치적 올바름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자위행위를 하고 싶은 것들에겐 일본어가 안 통한다"고 발언한 코바야시 코타 변호사를 선크림 아넷사의 광고에 출연시키며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시세이도 광고 속 전소미.

■ 일본 여행은 NO, 공연은 OK?

일본 여행을 하지 않고 일본 브랜드 제품도 구입하지 않는 불매 운동이 시작된 건 이달 초. 때마침 지인 방문차 일본에 갔던 이시언은 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여행 가는 건 자유지만 굳이 이런 시기에 인증샷까지 올려야 했느냐"는 비판이 일어서다. 결국 이시언은 일본 여행 사진을 SNS에서 삭제했다.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의 경우 일본 브랜드인 키스미의 화장품을 이벤트 상품으로 내놓고 관련 광고 영상을 7일 게재해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단순 여행이 아닌 돈을 받고 한 광고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돈만 벌 수 있으면 다 괜찮다는 거냐"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쏟아져 나왔다. 결국 이사배는 이 영상을 내리고 "신중하지 못 했던 점 깊이 반성하며 이 이벤트를 종료하고 영상을 내리기로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사배 사과문.

이런 와중에도 K팝 스타들의 일본 활동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13일부터 이틀 간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을 진행한다. 그룹 우주소녀 역시 내달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을 돌며 일본에서의 첫 투어를 진행한다.

K팝 스타들의 일본 활동에 대한 국내 반응은 분분하다. "친일이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지만 "이미 정해진 스케줄은 소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온건한 반응에 "엔화를 버는 활동은 응원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지지 움직임도 있다. 일본 활동이 일본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이번 한일 간 갈등이 개인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시작된 일인 만큼 문화, 연예 활동은 장기적 관점에서 양국에 도움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한국 활동을 등한시하면서 일본 활동에 치중하면 말이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는 이상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만을 가지고 국내 팬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회적 이슈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분위기와 여론은 잘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의 한류에 대한 분위기도 아직은 나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일본 우익 언론들이 연일 반한 감정을 조장할만한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팬심은 아직 등을 돌리지 않은 모양새다. 3일 일본에서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열 번째 싱글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는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7월 1일~7월 7일)에서는 물론 음반 판매와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을 종합한 주간 합산 싱글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음반 판매량도 인상적이다.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는 발매 첫 주 60만 장의 판매량을 돌파, K팝은 물론 일본에서 발매된 해외 아티스트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산 10조원 이상 30대 대기업 총수와 4대 경제단체 초청 긴급 간담회에서 이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언급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물론 일본 불매 운동 역시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연예계 내부에서는 기존에 모델로 활동하고 있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으나 당분간 스타들이 앞으로 새롭게 일본 브랜드의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팝 스타들 역시 당장 큰 영향은 없더라도 일본 내에서의 광고 모델 활동이나 일본과 관련된 행사에 대해서는 몸을 사릴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사진=유니클로, 시세이도 제공, 이사배 유튜브 커뮤니티 캡처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