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성민의 도전이다. 주로 선한 역할을 연기했던 그가 영화 ‘비스트’에서 독한 형사 한수로 분했다. “자신 없는 연기라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것과 달리 스크린 속 이성민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긴장감과 압박감 속 혈압이 올라간 상태에서 연기하다보니 실핏줄이 터지곤 했다. 매 작품마다 눈에 띄는 호연을 보여주는 이성민은 “배우는 주제파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정체성을 파악하는 게 연기의 자세라고 밝혔다.

-프랑스 작품이 원작인 만큼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땠나.

“마음이 복잡했다. 이정호 감독이 초고를 보여줬는데 ‘아수라’ 같았다. 작품에 합류해 보니 진짜 복잡했다. 역시 이정호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방황하는 칼날’처럼 두 가지를 놓고 관객들에게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다. 다른 영화지만 맞닿는 게 있는 것 같았다.”

-극 중 연기한 한수를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이 정도로 극강의 괴물이 나올 줄은 몰랐다. 시나리오에 주어진 사건들이 계속 바뀌지 않나. 감독님한테 사건을 따라가도 충분한데 이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도 힘들지 않냐는 말을 했다. 감독님은 애초에 현 버전을 생각했더라. 한수는 굉장히 화가 많은 사람이다. 흉악범들이 이 땅에 발붙이지 않았으면 하는, 어떻게 보면 정의로운 인물이다. 민태(유재명)가 이성적이라면, 한수는 감성적이다. 감독님은 ‘Who is the beast?’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 두 캐릭터를 대립되게 만든 것 같다.”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유재명과 호흡은 어땠나.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나보다 어렸다. (웃음) 호흡이 잘 맞았다. 알아서 쭉쭉 들어온다고 해야 할까. 그 순간 내가 느끼는 짜릿함이 있다. 축구로 말하면 패스라고 할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굉장히 지적이고 작품을 해석하는 깊이가 있다. 나는 깊이가 좀 약하다.”

-한수는 그 동안 주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달라 힘들었을 법한데.

“배우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갖고 연기하는 것 같다. 이성민이라는 배우에게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자신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비스트’는 사실 자신 없는 축에 속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극 중 악당들이 이 땅에 발붙이지 않았으면 바라는 극단적인 한수가 왜 짐승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을 만들어 가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관객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대중에게 늘 연기력 호평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좋다. 배우로서 자존감도 세졌고 보람을 느낀다. 배우를 하겠다고 처음 극단을 찾아갈 때부터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해낸 것이 참 보람 있다.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대중의 기대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잘 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대단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를 하면서 자극을 느끼는 경쟁자가 있나.

“그런 건 없다. 연기는 조화롭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쟁하면서 하는 건 안 된다. ‘기싸움’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건 다른 의미다. 순수하게 내 연기에 동기부여가 되는 선배나 동료들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배우로서 지켜야 하는 자세가 있나.

“주제 파악을 하는 것이다. 스무 살 때 연출이 ‘너는 너를 본 적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화두였다. 그 당시 그 의미를 알았어야 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난 뒤 배우라는 직업이 나를 알아가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다. 그게 주제 파악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외모, 목소리, 몸으로서 캐릭터가 나온다. 그 때 내가 이 캐릭터를 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그래서 더 자신 없는 부분을 피하게 된다. 내가 하면 가능할 것 같은 것을 자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