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日 유니클로, "한국 불매운동 장기간 안간다" 발언…국내 여론 악화
유니클로/ 고양=김아름 기자

[한스경제=김아름 기자] 롯데그룹이 한일 통상갈등으로 깊은 고심에 빠졌다. 한일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유니클로의 일본 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롯데의 '일본 기업' 이미지 씻기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모양새다. 롯데는 유니클로가 한국에서 운영중인 회사의 지분을 절반 정도 보유중으로 국내 유니클로 경영은 일본측과 롯데 공동으로 사실상 진행중이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의 발언으로 롯데의 입장이 다소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패스트리테일링이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 국내에서 진행하는 불매운동을 두고 폄하 혹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평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서다.  

지난 11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나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언했다. 미비한 영향을 있겠으나 유니클로 전체 매출에 타격을 주기엔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이 같은 주장이 가능한 이유는 유니클로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니클로(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의 해외 매출액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곳은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이 22.3%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이 외 한국을 포함,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7개 국가는 전부 합쳐서 전체의 13.7%를 차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불똥은 고스란히 롯데로 튀고 있다. 유니클로가 롯데의 알짜배기 사업 가운데 하나이면서 결코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는 이유에서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의 기업집단 대표회사는 롯데지주이며 기업집단 동일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소유지분현황을 살펴 보면 롯데쇼핑이 전체 지분의 49%, 패스트리테일링이 5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롯데와 유니클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도 이번 발언으로 신 회장과 롯데가 곤란한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고 우려한다.  롯데그룹 근간이 일본인데다가 현재 지배구조 상단에 일본이 있는 상황 속에서 롯데와 손잡은 일본 기업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신 회장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는 총수 일가가 일본 계열사를 이용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총수일가는 일본 ㈜광윤사 등으로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있으며 다시 ㈜롯데홀딩스는 다른 일본 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이에 오늘날까지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요금 같은 시기 대부분 업계가 동향 등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 않는다"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 (패스트리테일링의) 발언은 사실 롯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투자증권 관계자 또한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본 지분이 있는 기업에 대한 판매 감소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며 "이곳저곳에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지분이 있는 계열사로는 롯데쇼핑을 포함해, 롯데상사와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이다.   

한편 롯데는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에 걸쳐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한 신 회장이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으나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만큼 이르면 주말께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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