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부통제 의무 지키지 않을 경우 최고경영자 징계 가능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제도도 강화돼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특금법 개정안에는 '금융회사가 임직원의 자금세탁방지 업무 준수 여부를 감독해야 한다'는 문구가 신설됐다. 규정에 따라 임직원의 업무 감독 의무를 위반할 경우 금융사 경영진에 감독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CEO(최고경영자)까지 징계가 가능하게 됐다. 기존에는 임직원의 위규 행위에 대해 제재가 가능했지만 CEO 등 경영진에게 포괄적 감독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2017년 1월 각각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돈세탁 방지규정 준수 의무 소홀로 과징금 1100만 달러(약 129억원) 처분을 받았다.

IBK기업은행은 2012년 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CBI) 원화 결제계좌에서 위장거래로 거액이 빠져나간 정황이 발견돼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또 광주은행은 지난 6월 금감원으로부터 돈세탁 방지 업무절차 및 신용정보 관리 미흡 등으로 과태료 600만원, 임직원 3개월 감봉 제재에 처했다.

7월 개정안 시행과 함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국내 자금세탁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시스템 점검을 위해 내한했다는 점도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유엔과 안보리 결의와 관련된 금융조치를 각국 정부와 금융사들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1989년 설립된 FATF는 매년 회원국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 까다로워진 자금세탁방지제도

기존에는 2000만원 이상 현찰 입금 또는 인출이나 해당 금액의 수표를 현찰로 바꿔가는 거래 등 고액현금 거래에 대해서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의무를 지녔지만 자금세탁방지 개정안에 따라 이달부터 10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다.

또 국내 금융기관에서 해외 은행으로 송금하는 전신송금액 100만원 초과시 상대방 신원이나 실제 소유자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은행권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토스 등 전자금융업자와 자산규모 500억원 이상 대부업자들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게 됐다.

FIU는 FATF 국제기준에 맞추고 자금세탕방지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고액현금거래보고 기준금액 변경 ▲전자금융업자 및 대부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고객확인 대상인 '일회성 금융거래'의 기준금액 세분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의무 강화 등을 주요 개정사항으로 선정했다.

개정안에 따라 FIU는 제금세탁이 의심되는 경우에 대해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법이 규정한 8개 기관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일회성 금융거래'의 기준 금액도 세분화돼 ▲전신송금(100만원 또는 그에 상당하는 외화) ▲카지노(300만원 또는 그에 상당하는 외화) ▲외화표시 외국환거래(1만달러) ▲기타(1500만원) 등 금융사가 고객을 확인해야 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 자금세탁방지제도 강화에 은행권 대응 전략은?

은행권에서는 강화된 자금세탁방지제도에 대해 각각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지도를 갖춘 '톰슨 로이터사 자금세탁방지 교육 프로그램'을 지난달 도입했다.

해외점포 주재원들과 본점의 컴플라이언스 업무 담당 직원 및 관련 부서 실무자 등 600여명을 대상으로 해당 교육 과정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3개월 동안 자금세탁방지제도와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한 개념, 법규 및 제도, 업무처리 절차, 주요 자금세탁 거래 유형, 최근 동향 등을 숙지하면서 업무 역량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높여갈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교육 프로그램의 글로벌 수준화를 통해 직원들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해당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자금세탁방지 업무 역량에 선도적인 입지를 다져나가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전행적인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 관련 리스크도 점차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 '아톰릭스랩'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자산 보호 기술과 스마트컨트랙트 적용 방안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강력한 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재해복구(DR)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찾아가는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자금세탁방지업무 이행능력 강화 및 법률위반 리스크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관련 부서 '자금세탁방지부'를 지난 2017년 독립조직 개편하면서 인력을 증원하고 고객위혐평가모델 등을 만들면서 자금세탁방지시스템고도화사업을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전담부서인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센터로 격상함과 동시에 부서장을 본부장급으로 선임하고 자금세탁방지 전문인력을 현재 36명에서 110여명으로 대폭 증원한다. 또한 준법감시인 산하 조직인 준법지원부도 준법감시실로 격상하고 인원을 확충해 준법감시와 점검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은행 최초로 금융사 내부통제 3중 확인체계를 도입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올해 FATF 국가상호평가와 국내외적으로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계기로 국내 금융회사도 선진 내부통제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며 "국내은행 최초로 선진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체계를 갖춘 은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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