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름 휴가철 맞았지만 경영 현황 녹록지 않아
5대 그룹 CI /사진=각 사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잠잠해지는 듯 하자 이번에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내걸어 국내 경제상황이 점차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여름 휴가를 보내기 보다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시장 위기 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다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임직원들에게는 휴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5대 그룹은 일제히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총수들도 올여름 휴가철에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누구보다도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엿새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한 이 부회장은 다음날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출장 결과를 공유하면서 소재 수급 현황, 사업 영향, 향후 대응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사장단에게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지시하면서 추가 악재 대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에도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나 자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면서 장기간 휴식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올해 국내에 머물면서 현안을 챙겨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마케팅 상황을 점검하면서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계열사별 현안파악과 경영구상은 물론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최 회장은 모든 임직원에게 여름휴가에 연월차 휴가를 더한 이른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권장하고, 자신 역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추가적인 일본의 제재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아직 구체 일정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솔선수범’ 취지에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 올해 실적 부진 우려해소, 인재 육성 방안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달초 일본을 방문한 신 회장은 일본 현지에서 재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 최근 한일 갈등에 대한 개선방안 등을 살펴보고 한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자신의 '일본 핫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롯데는 이번 소재 수출 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는 않지만, 국내에선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음료나 주류 등의 식품을 비롯해 유니클로나 무인양품과 같은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에 대한 불매운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들의 경우 올해 산적한 경영 현안이 많기 때문에 휴가를 미루거나 조용히 다녀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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