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만이 연예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스타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자, 조명을 받는 것이 아닌 비추는 기술자, 한 편의 작품이 될 이야기를 찾고 쓰는 작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연출가 등 카메라 밖에서도 연예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연예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코너를 신설했다. <편집자 주>

케이블 사업체인 현대미디어는 일찌감치 360도와 VR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방송계 VR 선두주자다. 2015년 처음으로 콘텐츠를 기획했고, 이듬해인 2016년 360도 영상을 제작했다. 당시 젊은층에게 각광 받던 SNS 플랫폼 페이스북이 360도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현대미디어의 360도 영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VR콘텐츠의 가능성을 본 현대미디어는 아웃도어 채널 ONT와 시너지 전략으로 익스트림 스포츠 체험 위주의 360도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초연결, 초지연성의 5G 시대. 발 빠르게 이에 대응하고 있는 현대미디어 VR콘텐츠의 중심에는 기획 및 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김병기 PD가 있다.

-VR콘텐츠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여러 장르의 콘텐츠들을 시험 삼아 만들고 있다. 메인으로 하고 있는 건 실사 베이스의 영상들이다. 360도로 촬영을 하고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기가 어렵지 않나.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VR 체험 콘텐츠를 제작해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VR시네마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이야기가 있는 VR콘텐츠라 보면 된다. 10분 여의 단편이다. 사실 우리도 처음에는 360도로 뭘 찍는다는 게 뭔지 잘 몰랐다. 현대미디어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미디어 후원으로 돼 있어서, 그 때 부대행사에 VR을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 때 조금 호응이 좋아서 그 다음에 MTB 자전거 체험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 그런데 단순히 어트랙션이라고 하면 사실 청룡열차를 타거나 바이킹을 타거나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재방문을 해서 보게 만들려면 스토리,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그래서 VR시네마를 생각하게 됐다."

-VR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있던데.

"예전에는 VR 시장이 되게 커질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못 하고 있다. 킬러콘텐츠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VR이 이슈가 될까를 고민했다. 그러려면 B2B(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가 아니라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가 돼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B2C로 확장하기 가장 좋은 콘텐츠가 게임이라고 봤다. 분명히 게임 시장에는 VR에 대한 니즈가 있을 거라고 보고 게임 제작에도 뛰어들게 됐다."

-어떤 게임을 개발하고 있나.

"처음에는 레이싱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 하나 제작하는 데 거의 2억 원이 든다.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지금은 퍼즐형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 이쪽 분야에 들어오게 됐나.

"포스트 프로덕션 업체에서 3D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영상 만드는 데 관심 있어 CG에 대해 배웠고, 이후 TV조선 개국 멤버로 들어가 브랜딩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러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까 외주 받아 일을 하는 게 싫어지더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그걸 구현하는 과정은 재미있지만, 광고주가 많아지니까 사람이 진짜 미칠 지경이 됐다. (웃음) 그런 와중에 제안을 받고 현대미디어에 입사하게 됐다. 그 때 대표님이 '우리 회사는 다 PD야. 디자이너도 PD고' 그래서 명함을 PD로 파게 된 거다. 일을 하다 보니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걸 생각하고 잘 설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체험시키는 걸 좋아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VR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VR은 젊은 시장 아닌가. 이쪽 분야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다 경험이 됐다. 3D 일을 공부했으니까 AR, VR 같은 개념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만약 지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해도 컴퓨터 그래픽 같은 걸 배우고 싶다. 그걸 배움으로 해서 영상의 기본을 알 수 있었다. 젊은 세대의 감각은 그들 세대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면 된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있으니까. 밀레니얼 세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듣고 배우되 큰 방향성은 제시해줘야 한다고 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디렉션을 줄 수 없으니까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VR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교육, 튜토리얼 영상 쪽에서 먼저 반응이 올 것 같다. 예를 들어 A라는 대기업이 크게 공장을 만든다고 하면 직원들에게 안전 교육을 강의나 영상으로 하지 않나. 그런데 체험하지 않고 배우는 것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다. 현장 교육을 할 때 가장 좋은 게 VR이다. 체험이 되니까. 아이들에게 책 하나를 읽어준다고 해도 VR이 가미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엔 차이가 있을 거다. 때문에 교육 쪽에서 확실히 반응이 있을 거라고 본다. 성장이 예상했던 것만큼 빠르진 않지만 미래는 있는 시장이다."

사진=현대미디어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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