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생척추관절연구소 ‘고령사회, 저소득·고령·여성일수록 의료에 취약’
치료비 부담 ‘미충족 의료’ 주원인…취약 계층, 아파도 의료기관 찾지 못해
국민건강보험공단 ‘2016 한국의료패널’ 1만8576명 분석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우리나라 성인 9명 중 1명은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윤영석 연구팀은 한국 성인의 11.6%가 ‘미충족 의료’를 경험하며 저소득·고령·여성일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윤영석 한의사/제공= 자생한방병원

‘미충족 의료’란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양한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집한 한국의료패널(Korea Health Panel Survey)의 2016년 연간 통합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6437가구와 1만8576명의 가구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연구는 18세 이상 성인 중 미충족 의료에 대해 응답한 총 1만1378명을 최종 연구 대상자로 선정했다.

또 미충족 의료 경험군을 선정하기 위해 전체 연구 대상자 1만1378명 중 ‘지난 1년간, 병·의원 진료 또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었으나 받지 못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예,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응답한 1320명(11.6%)을 미충족 의료 경험군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미충족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앤더슨 사회형태학적 모형(Anderson’s Behavioral Model of Health Services Use)을 사용했다. 이 모형에서는 △소인성 요인(성별, 나이, 교육수준, 배우자 여부) △가능성 요인(경제활동 유무, 총 가구소득, 의료보장 형태, 민간보험 여부, 외래 비급여 진료비 유무) △요구성 요인(만성질환 여부, 장애유무, 정기적 운동 여부, 통증, 주관적 건강상태, 우울 정도) 등 3가지로 요인을 분석해 미충족 의료의 요인을 도출했다.

그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미충족 의료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1320명 중 여성이 833명으로 무려 63.1%을 차지했다.

월 소득은 미충족 의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충족 의료 경험군 1320명 중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요인으로 ‘경제적 이유’를 꼽은 응답자는 380명(28.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월 소득을 5분위로 나눠 봤을 때도 경제적 이유가 미충족 의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분위(하위 20%)가 차지하는 비율은 47.6%(628명)로 절반에 육박한 바면 5분위(상위 20%)는 10.3%(136명)에 불과했다.

연령 또한 미충족 의료 경험에 많은 영향을 줬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나이가 들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였다. 20대의 경우 3.9%(52명)에 불과했지만 60대에는 20.3%(268명), 70대에는 34.2%(451명)까지 증가했다. 연령에 따른 미충족 의료 오즈비(Odds Ratio·OR) 값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오즈비 값이란 집단간 비교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그 정도를 검증하는 데 사용한다. 20대의 미충족 의료 오즈비 값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30대에 들어서면서 오즈비 값이 1.72로 급증했으며, 40대(OR=1.99)에는 20대 보다 미충족 의료 오즈비 값이 2배가량 높아졌다.

70대의 미충족 의료 오즈비 값은 1.43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경제적 요인, 신체 및 심리적 요인을 추가 통계적 보정을 거친 후에도 유의했다. 결국 20대를 지나면서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며 특히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팀은 비급여 여부가 미충족 의료에 영향(OR=1.24)을 미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 한방 경험군의 미충족 의료 경험은 양방 경험군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대부분의 한방치료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로 봤을 때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로 비급여 진료를 줄일 수 있다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감소돼 미충족 의료율을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 윤영석 한의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11.6%는 진료가 필요함에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일수록 미충족 의료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초고령사회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필연적으로 저소득 고령 여성 등 의료 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IF=2.468) 7월호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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