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K팝의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또 한 번 전기를 맞는다. 방탄소년단을 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내년 5월께 서울 용산의 신축빌딩으로 이사를 간다. 지하 7층부터 지상 19층까지 26개 층을 통째로 사용하기로 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2019년 현재 위상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사옥 이전에 대해 "인력 규모의 급성장과 필요 시설 확충에 따른 변화"라고 설명하며 "본격적인 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거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K팝의 판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 방탄소년단, 그 후

지난 해까지만 해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글로벌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 이후 내놓은 신인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상황이 올 초 바뀌었다. 신인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데뷔하면서부터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난 3월 초 앨범 '꿈의 장: 스타'를 내고 데뷔했다. 이 앨범은 한국의 공인 음악차트인 가온차트 기록 18만6525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2019 상반기 앨범차트'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올해 데뷔한 신인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부분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 좋다. 이들은 다음 달 27일 '간사이 컬렉션 2019 어텀 & 윈터'에, 또 오는 9월 7일에는 '제 29회 도쿄 걸스 컬렉션 2019 어텀 / 윈터'에 참석해 퍼포먼스를 펼친다. '간사이 컬렉션'은 1년에 두 번 열리는 일본 간사이 지방 내 가장 큰 패션쇼고, '도쿄 걸스 컬렉션'은 역시 1년에 두 번 개최되는 도쿄의 최대 패션 이벤트다. 한국 가수가 같은 시기 두 컬렉션 모두에 참석해 공연을 하는 경우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전까지 없었다. 여기에 데뷔 2개월 차인 지난 5월에는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소셜 50 순위에서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적인 관심을 재확인시켰다.

착실한 포트폴리오 쌓기는 앞으로도 이어진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CJ ENM과 함께 자본금 70억 원 규모의 합작 법인 빌리프랩을 설립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등을 만든 CJ ENM과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대표의 노하우를 합쳐 신개념 K팝 그룹을 내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 2조 원의 기업가치… 3대 기획사 넘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급성장이 있기까지 국내 가요계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3대 기획사로 대표됐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600억 원대, 약 9300억 원, 약 5800억 원 가량이다.

지난해 기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1조2800억 원에서 2조2800억 원 수준(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 분석과 활용방안' 참고). 이는 위 3대 기획사를 모두 뛰어넘는 규모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정식으로 상장할 경우 K팝의 판도는 뒤바뀌게 된다.

방탄소년단.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생산 유발 효과 4조14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조4200억 원, 합산 5조5600억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한화 1조 원) 이상인 신생 기업인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2016년 매출액은 352억 원 수준. 이랬던 매출액은 2017년 924억 원으로 성장했고, 지난 해에는 2142억 원에 달하게 됐다. 불과 2년 만에 6배가 넘는 매출액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K팝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 거물급 인사 영입

올 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약 50만 원 가량에 거래됐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서 변함없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한 때 70만 원까지 희망가가 치솟기도 했다. 다만 병역법으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내년 해외투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상장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요한 건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 비엔엑스, 출판 사업 담당 회사 비오리진 등을 자회사로 둔 건 사업 다각화에 대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의지라 볼 수 있다.

거물급 인사들을 연이어 영입하는 것도 이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비주얼디렉터 출신 민희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브랜드 총괄로 영입했다. 퇴사 직전 민희진 디렉터의 연봉은 6억7000만 원 수준. 2017년 SM엔터테인먼트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민 디렉터는 SM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면서 소녀시대의 콘셉트 기획을 시작으로 샤이니,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 여러 그룹의 시각적 이미지와 그룹 개념을 세우는 작업을 하며 K팝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새로운 둥지를 튼 민희진 디렉터는 걸 그룹 론칭을 주도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이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걸 그룹을 성공적으로 론칭할 경우 균형 잡힌 안정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민희진 총괄이 가지고 있는 브랜딩에 대한 탁월한 식견은 현재 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빅히트 및 관계사들에게 멋진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선도적 비전을 갖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K팝에 어떤 혁신을 가져오게 될 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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