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폴라(하현상, 김영소, 홍진호, 아일) / JTBC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밴드 호피폴라(아일, 김영소, 하현상, 홍진호)가 한국 밴드 음악의 새로운 부흥기를 열었다. 호피폴라는 JTBC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밴드로, 최종 무대에서 린킨파크의 '원 모어 라이트'(One more light)를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JTBC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진 호피폴라 멤버 아일(보컬·건반), 김영소(기타), 하현상(보컬), 홍진호(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뚜렷한 음악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공감과 위로의 음악을 하고 싶다고. 멤버들은 "누군가에게 저희 음악이 기쁨, 위로,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밴드 결성 프로젝트 JTBC '슈퍼밴드'에서 우승한 소감이 어떤가.
아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승한 게 꿈일까 봐 확인한다. 지금도 꿈만 같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영소 "저도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고, 아침마다 인터넷에 들어가 확인해보곤 한다."
 
하현상 "프로그램 끝나고 강원도로 휴가를 갔다가 오늘 올라왔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오래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쉬니까 또 무대에 오르고 싶다. "
 
홍진호 "우승 당시엔 기쁜 마음이 컸는데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부담감도 생긴다. 좋은 노래를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은 3개월 정도 했지만, 준비 기간은 9개월이 걸렸다고 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아일 "9개월 동안 준비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학교 다닐 때의 기분이 들었다. 공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끝나고 나니까 학교 졸업한 듯이 아쉽고 그립더라. 사회에 나온 기분으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소 "혼자만 음악을 해오다가 형들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같았다. 여러 가지로 배운 게 많고, 형 말처럼 학교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콜드플레이가 '슈퍼밴드' 무대를 보고 나서 SNS에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김영소 "1라운드 때였다. 연습실에서 자고 있다가 우연히 SNS를 봤는데, 그땐 합성 사진인 줄 알았다.(웃음) 음악을 해오면서 동경해온 밴드였는데, 제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 기뻤다. 1라운드를 하면서 좀 힘들었는데 굉장히 뿌듯했다. 그때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때였던 것 같다."
 

호피폴라(하현상, 김영소, 홍진호, 아일) / JTBC 제공

-'호피폴라'가 아이슬란드어로 '물웅덩이에 뛰어들다'라는 뜻인데, 팀명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
아일 "'호피폴라'는 록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노래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생소한데, 어떤 언어이지 모르고 들어도 음악과 어울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팀원들도 공감한 부분이다. 어떤 풍경이 떠오르고, 나아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음악에 퐁당 빠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고 있다."
 
-사실 국내 밴드 시장은 녹록지 않은데.
아일 "맞다. 국내에서 밴드 음악이 오래가기란 쉽지가 않다. 저 또한 음악을 업으로 살아가기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음악을 접으려는 찰나에 '슈퍼밴드' 오디션이 눈에 들어왔다. 밴드 시장이 녹록지 않은데 '밴드를 결성한다'는 기획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베이스나 드럼이 없어 풍부한 소리를 만들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있다.
아일 "우리 조합이 일반적인 밴드와는 다르게 특이하다. 드럼 등의 부재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비록 기본적인 악기들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디지털 소리를 아예 쓰지 않는 밴드가 아니다. 여러 소스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영소 "베이스, 드럼의 부재로 사운드가 비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제가 하는 연주 스타일이 '핑거스타일'이다. 핑거스타일은 기타 한 개로 여러 가지 파트의 밴드 사운드를 표현하는 게 가능하다. 또 첼로가 베이스 역할도 할 수 있고, 첼로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음악과 차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딱 맞는 사람들끼리 운명처럼 만난 것 같다."
 
-개인마다 음악적 고집이 있을 텐데, 다소 아쉬웠던 아이디어는 없었나.
아일 "보통 뮤지션들이 팀을 이루게 되면 다투는 경우가 흔한데, 저희는 그런 게 적었다. 다른 팀에 비해 쿨하게 양보할 줄 아는 팀이었고, 편곡할 때마다 비움의 미학을 공감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욕심내기 보다 비우면서 양보한 게 좋은 시너지를 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한 화장을 하고 어두운 음악을 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웃음)"
 
하현상 "멤버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혼자 하면 입맛대로 할 순 있겠지만, 팀으로 뭉치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채워진다는 거다. 비우는 것에도 열리게 되더라."
 

호피폴라 아일 / JTBC 제공

-음악에 대해 어떠한 소신들을 갖고 있나.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홍진호 "'슈퍼밴드'를 하면서 사람들이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하고 싶어졌다. '록'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록이라는 장르는 페스티벌에서는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지만 평소 이어폰을 꽂고 듣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 현악기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김영소 "'슈퍼밴드' 첫 인터뷰 때 첼로가 있다는 걸 알고 느낌이 딱 왔었다. 기타랑 첼로가 같이 연주하면 좋겠다 싶었다. 제 연주곡은 테크닉을 중시하는 것보다 멜로디가 들어오고, 감성적인 게 많은 곡이라 여기에 가사가 붙고, 첼로가 연주하면 어떨까 궁금했다. 호피폴라가 자작곡을 낸다면 우리만의 색깔, 어디에도 없는 음악이 나올 거라 자신한다."
 
-호피폴라의 음악은 '밴드 음악인가 팝 음악인가'라는 물음표도 존재한다.
아일 "'대중이 생각하는 밴드의 선이 무엇인가'가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고민이다. 음악과 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정관념에서 변화하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밴드라는 것도 드럼과 베이스가 꼭 있어야 한다기 보다 여러 명의 뮤지션이 함께 모여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콜드플레이'도 처음엔 록 밴드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만의 색깔이 있는 밴드라고 부른다. 저희가 하는 음악도 밴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국투어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아일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만약 전국투어에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다면 호피폴라 콘서트에서 다 보여드리겠다.(웃음)"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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