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②] 신태용 감독이 본 ‘차범근ㆍ박지성ㆍ손흥민ㆍ이강인’
[단독 인터뷰②] 신태용 감독이 본 ‘차범근ㆍ박지성ㆍ손흥민ㆍ이강인’
  • 성남=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7.22 17:40
  • 수정 2019-07-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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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단독 인터뷰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최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임민환 기자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최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엄지를 치켜 세운 신태용 감독의 모습.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대스타이지만 훈련장에 나오면 항상 솔선수범한다.”

신태용(49)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손흥민(27ㆍ토트넘 홋스퍼)을 이렇게 기억했다. 신 감독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손)흥민이는 워낙 지는 걸 싫어해서 지고 나면 스스로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며 “물론 평소 훈련이 끝나도 ‘손흥민 존(Zone)’을 만들어 따로 슈팅 연습을 할 만큼 노력을 많이 했다. 감독 입장에서 팀에 그런 선수가 있으면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차범근ㆍ박지성ㆍ손흥민, 다른 유형의 스타

축구 팬들은 손흥민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차범근(66) 전 감독,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인 박지성(38)과 비교하곤 한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축구계 잔뼈가 굵은 신 감독에게 3명의 축구 스타일과 기억에 대해 물었다. 신 감독은 “차 감독님은 선수 시절 스피드와 함께 힘이 굉장히 좋았다”며 “(박)지성이는 우선 성실했다.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단 동료를 돋보이게 하고 뒤에서 묵묵히 팀을 이끌어가는 유형의 선수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흥민이는 지성이와 반대로 자신이 앞장서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유형의 선수다. 양발 드리블을 하는 데다, 스피드와 슈팅까지 좋다 보니 EPL에서도 살아남는 선수가 돼 있다”며 “며 “결국 모두 ‘스타’이지만, 축구 스타일은 각각 달랐다”고 떠올렸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신 감독은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그는 정정용(50) 감독이 이끌었던 이번 U-20 대표팀의 준우승 선전과 관련해 “정말 잘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운까지 따랐다. 정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단 모두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에이스 이강인(18ㆍ발렌시아)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강인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신 감독은 “제가 대표팀에 있을 때인 약 2년 전쯤 파주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저 정도 수준의 선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 보니 정말 일취월장했더라”며 “몸 싸움과 스피드 능력이 조금만 더 좋아지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유소년 축구 시스템 높이 산 신태용 감독

사실 신 감독이 지휘했던 2017년 U-20 대표팀과 이번 대표팀 간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 2017년 U-20 대표팀의 주축은 대학생 선수들이었다. 프로 선수는 8명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는 오히려 대학생 선수가 2명밖에 없었다. 프로 선수들 위주로 꾸려진 터라 한층 더 탄탄했다.

신 감독은 U-20 월드컵 선전의 밑거름이 된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 또한 높이 평가했다. 다만 “교육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선 선수들의 합숙을 없애고 대회를 줄이려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학교에선 선수들이 수업을 듣고 주말리그를 소화하는데 C학점 이상 받지 못하면 경기를 뛸 수 없다. 운동을 주로 해왔던 선수들이 어떻게 공부를 위주로 해왔던 학생들을 따라가겠나. 축구로 성공해야 할 선수들인데 학점을 받지 못해서 경기에 뛸 수 없게 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중학생 때까진 전반적인 수업을 다 들어가면서 축구를 병행해야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수업도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 기본적인 것만 듣고 축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성은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께 잘 교육 받고 독서를 많이 하면서 기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분명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골프도 즐기는 뼛속까지 체육인

신 감독은 나아가 “프로축구 K리그가 잘 돼야 국가대표팀도 잘 돌아간다”며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슬하에 아들 신재원(21)과 신재혁(18)을 두고 있다. 큰 아들 신재원은 K리그 FC서울 소속이다. ‘아들에게 꾸준히 개인 지도를 해주는 것 아니냐’고 농을 건네자 신 감독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요즘은 ‘좀 붙잡고 가르칠 걸 그랬나’라고 좀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웃었다. 그는 “대신 모니터링은 해준다.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해준다. 축구 부자이니 대화는 잘 통한다”고 말했다. ‘아들 자랑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신 감독은 “2명 모두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자랑할 건 없다”면서도 “배우려고 하는 자세는 좋다. ‘대기만성형’이라 본다. 내심 기대는 하고 있지만 그 기대에 맞는 선수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신 감독은 본업인 축구 외에도 즐겨 하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골프다. 그는 “지난 5월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 출전한 이후 라운드당 75~78타는 기본으로 나오더라. 잘될 땐 이븐파까지 기록했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20~230m 수준이다”라며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을 모두 걷다시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와 골프를 즐기는 선후배 동료들로는 축구의 황선홍(51), 서정원(49), 야구의 박노준(57), 농구의 강동희(53), 유도의 김재엽(55) 등이 있다. 신 감독은 “요즘은 제 스코어가 제일 좋다”고 웃었다. 신 감독은 역시나 뼛속까지 체육인이었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모습. /임민환 기자
본지와 인터뷰 중인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모습. /임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