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끝 모르는 경제 위기’.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0대그룹 계열사들의 부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거나 연간 영업손실을 낸 곳,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곳이 대기업 계열사의 30% 정도나 됐다.

 

◆ 3곳 중 1곳이 부실 기업

1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0대 대기업집단(공기업제외) 소속 1,042개 계열사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재무 위험 기업이 311곳(29.8%)에 이르렀다.

또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거나 연간 영업손실을 낸 실적부진 기업은 351곳으로 33.7%나 됐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금융이자로 나눈 값으로, 1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부실 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재계 15위 부영이었다. 계열사 17개 중 13개(76.5%)가 평균 실적부진을 겪고 있었고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곳도 11개(64.7%)나 됐다.

그 다음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작년에 계열사 11개 중 영업손실을 겪었거나 부채비율 200%를 초과한 곳이 각각 6개나 있었다. 평균 부채비율은 3,915%로 30대 그룹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영업손실을 겪는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으로는 두산(47.6%), 신세계(47.1%)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상선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그룹도 작년에 계열사 17개 중 8개(47.1%)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로 보면 490.1%로 대우조선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진해운이 포함된 한진그룹도 38개 계열사 중 13개가 영업손실을 겪었으며 12개가 부채비율 200%를 초과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475.5%에 이르렀다.

CJ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계열사가 60개 중 30개(50%)로 세 번째로 많았다. 영업손실을 겪은 계열사는 33.3%(20개)였다.

효성(48.8%), 대우건설(42.9%)도 부채비율 200%를 넘기는 계열사가 많았다. 특히 대우건설은 부채비율이 244.1%로 5번째로 높았다.

한 재계 전문가는 "기업 부실은 오랜 기간 다양한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만큼 대기업 계열사들의 이 같은 부실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구조조정 바람, 해운ㆍ조선부터 휘몰아친다

이에 따라 국내 재계에는 구조조정의 광풍이 몰아칠 조짐이 보인다.

가장 활발한 곳은 바로 해운ㆍ조선업계다. 오랜 업계 불황으로 위기를 겪어오던 해운ㆍ조선사들은 최근 앞다퉈 다양한 형태의 자구안을 내놨었다. 그리고 지난 8일에는 정부도 부실업종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하며 본격적인 업계 재편이 이루어지게 됐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시설과 인력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설비규모를 2018년까지 2015년의 20%, 고용인력은 30%이상 줄이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놨다.

12일에는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비핵심업무를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규직 994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정안이다. 앞으로 대대적인 추가 인력감축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희망퇴직으로 2,000명 가량을 내보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21개 중 8개가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의 자구안에도 이와 비슷하게 특수선 사업부를 분사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노조는 13일부터 이틀간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운사는 각각 용선료 인하, 채무 재조정,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등의 과제를 갖고 구조조정을 실천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운업계에서 구조조정이 가장 잘 이행되는 곳이다. 이달 초에는 사채의 상환 기일을 미루는 데, 10일에는 용선료 인하에 성공했다. 앞으로 글로벌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만 하면 자율협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지분이 22.6%에서 1.4%로 줄어 현대그룹 계열사 지위를 잃게 된다. 대신 채권단이 지분 40%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약간 어려워 보인다. 해운동맹에 가입했을 뿐 용선료 조정은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협상이 잘 되어야만 오는 17일 예정된 1,900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일 한진그룹은 채권단에 한진해운 지원책으로 4,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실제 필요한 돈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거절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8일 법정관리가 결정됐다.

그 밖의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이미 했거나 시행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 1분기 일부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으로 수천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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