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객응대에 쉬지 못하는 ‘객실 승무원’, 목·발 건강 위협 받아
협소한 공간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조종·운전사’, 요통·디스크 질환 주의
고온다습 환경서 작업 이어가는 ‘정비사’…온열질환 위험도↑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최근 국내·외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민 중 48.2%가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휴가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직장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가족 혹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정희경 창원자생한방병원장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여객기, 버스, 기차 등 교통수단에서 근무하는 객실 승무원, 조종·운전사, 정비사 등 운송업 종사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수많은 여행객들의 발 역할을 해주지만 그 노고를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다.

이들에게 여름은 1년 중 가장 바쁜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염과 휴가철 돌입으로 각종 사고와 인파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무 강도가 한층 높아져 각종 질환 위험에 노출되는 등 건강이 우려되는 만큼 관련업 종사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정희경 원장의 도움말로 여름철 고된 근무환경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자.

◇ 바빠지는 휴가철, 목·발 건강 위협받는 ‘객실 승무원’

항상 웃는 얼굴로 승객들을 맞이하는 여객기와 기차의 얼굴. 바로 객실 승무원들이다. 객실 승무원들은 탑승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살피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다. 특히 승객이 급증하는 여름 휴가철에는 업무강도가 더 높아진다. 객실 승무원들은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십 번씩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러나 고개 숙인 자세는 목으로 5∼7kg에 달하는 머리의 무게가 쏠려 주변 근육에 긴장상태가 이어지도록 한다. 이러한 동작이 반복될수록 목 근육과 인대가 약화돼 경추(목뼈)에 염좌를 일으키고 심할 경우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흔들리는 기내·차내에서 굽 있는 신발을 신는 것도 관절에 악영향을 미친다. 객실 승무원들은 보통 3~5cm 높이의 구두를 신고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굽 있는 구두를 장시간 착용하게 되면 몸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발 앞쪽이 받는 압박이 커져 발과 무릎 통증을 야기시킬 수 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정희경 원장은 “휴가철에는 평소보다 복잡한 인파로 승무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극심해질 수 있다”며 “근무 중 틈틈이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목 근육을 풀어야 한다. 귀가 후에는 스트레스 해소와 발 건강을 위해 족욕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근무 ‘조종·운전사’, 요통부터 디스크 질환까지

항공기 조종사, 버스 운전기사, 철도 기관사들은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책임이 막중하지만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 근무 공간이 협소한데다가 여름 휴가철에는 급증하는 승객들을 소화하기 위해 운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제공= 자생한방병원

승객이 많은 만큼 몸도 마음도 무겁다. 이들에게는 시간엄수에 대한 압박감이 늘 따라다닌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면 조종 및 운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만큼 긴장은 배로 커진다. 좁은 공간에서 긴장된 상태로 장시간 근무를 이어갈 경우 척추와 이를 감싸는 주변 근육, 인대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척추를 받치고 있던 근육이 약해져 디스크에 가해지는 부담이 늘어나다 보면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된다. 허리에 통증과 염증이 동반되면서 척추가 불안정해지고 결국 추간판(디스크) 질환까지 생기게 된다.

또한 이들은 뜻하지 않게 냉방병과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승객들의 쾌적함을 위해 기내 혹은 차내 온도를 낮춰 운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낮은 기온은 두통, 소화불량 등 냉방병 증상과 함께 척추와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요통을 더욱 심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의자에 장시간 앉아야 할 때에는 체중 분산을 위해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어 등 전체가 등받이에 닿도록 하는 것이 올바르며, 지나친 냉기로 인한 ‘한요통(寒腰痛)’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외투를 입어 척추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 여름에 집중되는 고장·장애문제 해결에 애쓰는 ‘정비사’, 온열질환 주의

승무원, 조종·운전사와 달리 정비사들처럼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묵묵히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이들도 있다. 여름철은 습기에 취약한 부품들의 고장이 잦아 1년 중 정비사들에게 가장 고된 시기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러한 고장으로 인해 여름철 성수기 항공기 지연은 평시보다 약 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철도 사고·장애 사례도 1594건 가운데 여름철(6~9월)에 발생한 사고·장애가 436건(27.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비사들은 일반적으로 냉방시설이 없는 외부나 격납고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의 영향에 그대로 노출된다. 특히나 이들은 안전모, 작업복, 장갑 등 안전장비를 필히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열을 체외로 배출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온열질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우리 몸은 체온조절중추를 통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장시간 무더위 속 육체노동을 지속할 경우 체온조절중추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체온이 올라가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볍지만 방치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정희경 원장은 “온열질환이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수분을 섭취하고 물에 적신 수건이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내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 의식저하가 보인다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며 “무엇보다 여름철 바쁜 근무 속에서 너무 일에 몰두하다가는 건강을 잃기 쉬우므로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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