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한스경제=김아름 기자] '연간 1조 신화'를 창출하면서 국내 SPA 브랜드 시장을 쥐고 흔들던 유니클로가 향후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적지 않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측은 일제 불매운동에 대한 실언으로 두 차례에 걸쳐 허리를 숙였으나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아냥만 들릴 뿐, 국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뜻을 시사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 대표적인 대중적 일본제품(기업)으로 거론되는 유니클로가 큰 타격을 입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2004년에 국내에 들어와 15년만에 연간 매출  1조3700여 억원, 영업이익  2300여 억원을 기록하면서 유니클로코리아는 지분 51%를 보유한 1대주주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효자노릇을 했다. 지분 49%를 보유중인 롯데쇼핑도 유니클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젠 속앓이만 하고 있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국내 시장 점유력은 추세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일간 정치적 갈등을 경제보복으로 나선 일본에 대한 일제 불매운동이 시장 기저에 흐르고 있는 와중에 최근 논란이 된 일본 유니클로 본사 패스트리테일링 임원 발언과 '반쪽 사과'로 소비 심리가 냉각되고 있어서다.

해당 발언은 지난 11일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재무책임자(CFO)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폄하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사단을 자아냈다.

이후 유니클로 한일 양국 본사가 사과문을 올리는 등 입장 발표에 나섰으나 즉각적 사과가 아닌 매출 급락 후 나온 것이라 '뻔한 속내'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다. 정확한 수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으나, 최근 국내장에서 유니클로 매출이 20%대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니클로 한국 본사인 에프알엘코리아에 최근 매출동향에 대해 문의를 했으나 "매출 감소와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니클로 본사 방침에 따라 실적 보고 등은 일년에 한 차례만 진행, 이 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에프알엘코리아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는 유니클로 매출에 부정적 흐름이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발표된 후 SPA 시장에서 유니클로 판매 추이가 전과 같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연스럽게 유니클로 한일 본사의 마음이 급해지며, 사과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뜻을 보이고 있어, 이 경우 유니클로의 한국 사업 진행에도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그간 몇 차례 불거진 논란 속에서도 국내 SPA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라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매출이 급락하면서 '아차'하는 마음이 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매출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결코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자료만 살펴봐도 유니클로의 지난해(2017년 9월~2018년 8월) 매출은 1조3732억 원, 영업이익 2344억 원으로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어 "한편으로 보면 유니클로의 오만한 생각이 반일 감정을 제대로 건들인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장기화 될 시, 국내 시장에서 유니클로의 입지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국내 소비자들 마음을 다시 얻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세일 기간에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지금은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가격을 아무리 낮추고 기능이 좋다고 해도 반일 감정을 이기기란 역부족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SNS상에는 썰렁한 유니클로 매장과 주차장 정황들이 나돌면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중이다.

 

세일 기간인데도 23일 유니클로 매장은 한산하다./김아름 기자

실제 현장에서도 매출 하락을 의심할 만한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세일 기간인데도 매장 곳곳 소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평소라면 북적였을 피팅룸과 계산대에도 직원들만 자리를 지킬 뿐이다.

서울의 백화점 내 유니클로 매장 직원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따로 할 이야기가 없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또 다른 직원 또한 "글쎄요"라는 답변만 할 뿐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니클로 매장 직원은 "평소 세일 기간만 되면 많은 소비자들이 방문해 장사진을 이뤘다. 허나, 한일 통상 갈등이 불거진 이후 주춤하던 판매량이 일본 유니클로 임원의 발언으로 급격히 떨어졌다"라고 귀뜸할 뿐이다.

인근 타 매장의 점원들은 "그 쪽 매장에 소비자들 발길 끊긴 지 꽤 됐다"라며 과거와 다른 분위기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과거에 세일 기간만 되면 방문하는 소비자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라도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면 주변에서 되레 '매국노', '방사능 나온다', '불매운동 해야한다'라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이다.

'전범 기업' 이미지도 한몫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논란이 된 욱일승천기 광고 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불매운동에 힘을 실고 있다.

유니클로는 과거 일본에 대한 국내 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물과 다름없는 욱일승천기 문양을 광고로 내보였으며 수년 전 일본 과자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던 중 전범기 문양의 티셔츠를 제작한 사례도 있다. 2013년에도 욱일기 이미지를 작품에 대거 활용한 현대미술 전시회를 후원, 비판을 받았다. 이 외에도 지난 2017년 5월 19일 감사제 행사 광고에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종이비행기가 등장했으며 또다른 전범 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와 협력을 진행, 베트남과 러시아 등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관련 내용이 언급될 때마다 '글로벌 기업'을 강조, "유니클로는 기업 방침 상 전세계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떠한 연관 관계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본 우익 집단을 후원한다는 내용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며, 유니클로는 어떠한 정치 단체도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그룹'과 한국 유니클로인 에프알엘코리아는 하루 전날인 22일 각사 홈페이지 등에 공동 명의로 된 '사과문'을 게시, "한국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과문에는 "지난 11일 도쿄에서 진행된 실적발표 중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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