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엑시트’(31일 개봉)는 기존의 재난영화와 전혀 다른 색을 띤 영화다. ‘슈퍼 히어로’ 같은 캐릭터도 없으며 신파적인 설정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짠내’나는 두 주인공의 재난 탈출 과정기를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신선한 재난영화로 입봉하게 된 이상근 감독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영화이길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2012년 첫 구상해 7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영화다. 감회가 어떤가.

“이렇게 현실이 됐다는 게 새롭다. 꿈꾸는 감독 연습생에게 으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닝 과정이다. 개봉이 돼봐야 더 실감이 날 것 같다. 여전히 생경한 느낌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류승완 감독의 제작사 외유내강과는 어떤 인연인가.

“2007년과 2008년도에 류승완 감독의 연출부를 했다. ‘다찌마와리’의 연출부로 일하게 됐다. 이후 학교로 돌아간 뒤 졸업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가 ‘엑시트’를 들고 외유내강으로 갔다. 수 많은 회의를 거쳐 지금의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다.”

-사실 상 재난영화는 충무로에서 흔히 쓰인 소재인데.

“모든 재난영화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재난영화의 공식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불편한 지점들은 새롭게 접근하자는 기조가 있었다. 컨트롤 시스템의 무능함은 비교적 피하려고 했다. 개인의 탈출기로 접근했다. 응당 나와야 하는 민폐 캐릭터들을 최소화시키자는 마음도 있었다. 제작사 강혜정 대표님, 류승완 감독님과 함께 기획회의를 꾸준히 하면서 시나리오를 발전시켜갔다.”

-주인공 용남(조정석)과 의주(임윤아)는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관객들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것인가.

“루저가 빛을 보고 결과적으로 승리한다는 플롯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본다. 엄청난 슈퍼 히어로는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하자, 이끌어가자는 걸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의 모습이 위로가 되길 바랐다.”

-용남 역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고 했는데.

“물론 조정석의 외모와 피지컬은 전혀 닮지 않았다. (웃음) 용남의 창작자가 나인지라 내가 겪은 일들과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또 용남처럼 능동적이고 싶다는 욕망도 들어간 것 같다.”

-왜 현재 대한민국이 아닌 미래신도시라는 가상 도시로 설정했나.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오갔다가 가상 도시로 정했다. 실제 도시의 지명을 쓰면 혹시 모를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 속 위기나 갈등보다 캐릭터들의 생존 방식에 집중했는데.

“재난영화하면 사건의 발생과 해결 과정에 대한 구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 상황을 맞이한 캐릭터들을 비춰주기 마련인데 나는 한 집안을 들여다보면서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 가족에서 두 명의 캐릭터에게 집중하고, 땀나는 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 애썼다. 일반적인 재난영화의 전개를 기대하신 분들은 색다른 재미를 찾았으면 한다. 또 기존의 재난영화와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분들은 예상보다 더 신선하다고 느끼셨으면 한다.”

- 쓰레기봉투, 덤벨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품들이 탈출 도구로 쓰였는데.

“용남 자체가 쓰임새와 활용이 있는 인물이다. 쓰임새가 다른 소품들이 재난 상황의 탈출 도구가 된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용남처럼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이 어느 순간 자신의 재주가 활용된다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줄 것이라고 봤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각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 역시 돋보였는데.

“누가 누굴 끌고 가느냐, 누가 주도적이 되느냐 등 밸런스에 대한 신경을 많이 썼다. 용남과 의주 둘 다 완벽하게 보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대역을 최소화하고 현실적인 액션을 많이 넣었다. 클라이밍, 와이어, 달리기 등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대역이 하는 건 관객들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웬만큼 위험한 장면이 아니면 조정석과 임윤아가 직접 소화했다.”

-대도서관, 윰댕 등 유튜버들이 특별 출연했는데.

“10~20년 뒤에는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지만 현재는 파급력이 상당히 있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극중 시민들이 두 사람(조정석, 임윤아)을 응원하는 상황을 만들 때 제일 먼저 누군가 생중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섭외를 했는데 그분들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며 촬영에 응해줬다.”

-예비 관객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나.

“2시간이 안 되는 러닝타임 속 두 젊은이들이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기지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본인의 모습이나 가족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청량하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