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바다, 옥주현 등 아이돌 스타 출신 뮤지컬 배우 1세대를 지나 2세대, 3세대까지 최근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는 아이돌 스타들의 활약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JYJ 김준수, 에프엑스 루나, 샤이니 키, 빅스 레오, 켄 등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도 많다. 뮤지컬계 진출 초창기만 해도 '아이돌이 무슨'이란 시선을 받곤 했던 이들은 어떻게 뮤지컬 배우로 당당히 자신들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을까.

뮤지컬 '그날들' 프레스콜에서 열창하고 있는 윤지성.

■ 티켓 파워는 기본, 실력과 개성까지

아이돌 스타들이 뮤지컬계에서 힘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티켓 파워다. 뮤지컬처럼 다른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아이돌 스타들은 대부분 탄탄한 팬덤을 확보해 놓은 이들이다. 때문에 뮤지컬엔 관심이 없으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는 보고 싶은 새로운 관객들을 작품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

김준수의 경우 큰 티켓 파워를 가진 대표적인 아이돌 출신 배우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프리뷰 공연 3000석을 비롯해 김준수 출연 회차 전석 매진으로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엑스칼리버' 이전작이자 김준수의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엘리자벳' 역시 공연계에서 비수기로 분류되는 1~2월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 회차 매진 기록을 이어나가며 김준수의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재확인시켰다.

'엑스칼리버'로 흥행 파워 재입증한 김준수. 위 사진은 뮤지컬 '드라큘라' 출연 당시.

지난 1분기 뮤지컬 판매 점유율 순위(인터파크 기준)를 보면 1위에 올라 있는 건 '그날들'이다.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등 굵직한 스타들의 복귀로 큰 관심을 받은 '지킬앤하이드'를 꺾은 순위다. '그날들'에는 클릭비 출신 오종혁과 인피니트의 남우현, 워너원 출신 윤지성 등이 출연했다. 김준수가 출연한 '엘리자벳'의 경우 5위에 랭크됐다.

공연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하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경우 관심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며 "티켓 판매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는 만큼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선 고마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에는 아이돌 스타들이 인기만 믿고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안 좋은 시선도 있었지만, 탁월한 개성과 실력으로 가능성을 입증하는 스타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에서 특징적으로 보여지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은 아이돌 스타 출연에 대한 기존 뮤지컬 팬들의 반발을 잠재운다. 아이돌 스타가 아닌 뮤지컬 배우와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은 아이돌 캐스트가 아닌 회차를 예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뮤지컬계가 점차 아이돌 친화적으로 바뀌며 가수 강타, 정세운, 세븐틴 도겸 등 새롭게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루나.

■ 1020 젊은 관객, 韓 뮤지컬 생태 바꾼다

아이돌 스타들이 뮤지컬을 한다는 것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관객 차원에서다. 아이돌 스타들은 기존에 뮤지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까지 뮤지컬을 보게끔 만들었다. 스타 때문에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 일부는 뮤지컬 팬이 돼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가 나오는 작품들도 찾아보게 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여전히 '성장 단계'라고 이야기되는 이유다.

아이돌 스타들은 이렇게 10대들까지 뮤지컬 계로 유인한다. 흡입할 관객이 여전히 남은 시장은 다이내믹하게 변모할 수밖에 없다. '지킬앤하이드', '헤드윅' 같은 클래식한 작품들이 계속 살아남는 것은 물론 '엑스칼리버', '팬레터' 같은 창작 뮤지컬들이 생겨난다. 세계 시장에서 선발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창작 뮤지컬들이 해외에 라이선스 수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젊은 관객들이 많다는 것 역시 한국 뮤지컬계의 전망을 밝게 만든다. '데스 노트', '마타 하리', '엑스칼리버' 등으로 국내 뮤지컬계와 인연이 깊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의 뮤지컬 관객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연령대가 매우 낮으며 특히 여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한국 뮤지컬 시장에는 가족 단위로 와서 볼 만한 작품이 많지 않다. 관객들의 연령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부터 뮤지컬을 본 1020 세대들은 앞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뮤지컬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 그럼 지금 뮤지컬을 보고 있는 관객들이 나중엔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을 것이다. 이로 미뤄볼 때 한국 뮤지컬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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