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분당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 연구팀, 건보공단 건강검진 코호트 데이터베이스 분석
젊고 소득 수준 낮은 남성일수록 흡연 지속 경향 ↑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암을 진단 받은 국내 남성 흡연자의 절반 이상이 진단 후에도 흡연을 지속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음 암을 진단 받으면 충격과 두려움으로 인해 담배를 끊으려는 동기가 강화돼 보다 쉽게 금연에 성공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많은 환자들이 금연에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암 진단 후에도 흡연을 지속하는 습관은 암의 재발, 이차암의 발생 및 사망률을 높여 암 생존자의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좌), 길병원 건강증진센터 구혜연 교수(우)/제공=분당서울대병원

하지만 이미 암에 걸렸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연에 성공하면 암 치료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생존 기간도 늘릴 수 있으므로, 오히려 암 진단 시점을 기회로 삼아 집중적 금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팀(제1저자: 가천대 길병원 건강증진센터 구혜연 교수)은 암 생존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갖는 흡연 습관과, 관련된 인자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4년-2011년 사이에 처음으로 암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만5141명을 대상으로 암 진단 전후 흡연 상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암 진단 전 흡연을 했던 남성 중 무려 51.6%가 암 진단 후에도 여전히 흡연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연령대와 소득 수준이 낮고, 암 진단 전 흡연량이 높으며 흡연과 연관성이 낮은 암을 진단받은 환자일수록 암 진단 후에도 흡연을 지속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혜연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암 진단 이후에도 흡연을 지속할 확률이 특히 높은 고위험 그룹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금연 치료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기헌 교수는 “통념과는 달리 암 진단을 받고도 무려 절반 이상이 흡연을 지속하는데, 이는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암 진단 후 담배를 끊는 것은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흡연하는 신규 암환자에 대한 금연치료는 우리 사회에서 의학·보건학적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 (Korean Cancer Association)에서 펴내는 국제 학술 권위지인 ‘대한암학회지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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