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반기 실적 쌍끌이 주역... 유동적 변수인 '환율' 관리성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 나란히 쌍끌이에 성공하며 실적개선에 청신호를 밝혔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 곁에서 ‘곳간 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과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이 돋보이고 있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과거 현대차그룹의 곳간지기 역할은 주로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재경담당들이 맡아왔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을 계열 분리할 당시 현대모비스를 맡아 경영한 덕에 금고지기는 주로 당시 현대정공 출신으로 기용해 왔다.

최 부사장도 현대모비스 재경실장에 이어 현대모비스 재경사업본부장 상무, 현대모비스 재경사업부 담당 전무를 거쳐 현대모비스 부사장 이후 현대차 재경본부장(CFO)을 맡게 된 ‘재무통’이다. 최 부사장과 달리 주우정 기아차 전무는 현대제철 출신이다. 주 전무는 현대제철에서 재무관리실장, 원가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을 지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자동차 판매가 줄었지만 환율을 비롯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호실적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2377억원, 기아차는 5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0.2%, 51.3% 성장한 수치다. 당초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판매만 놓고 봤을 때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정의선 수석 부회장만의 ‘관리경영’ 덕분이라는 관측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작년 연말께 올해를 절치부심 반전의 해로 점 찍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법인장 회의에서 “2019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자”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현대차는 7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1조를 돌파하며 ‘1조 클럽’에 재 진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에 최 부사장과 주 전무의 안목이 이뤄낸 성과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중무역갈등 장기화에 투자 심리 위축, 경기 부진 등으로 직면한 자동차산업의 어려움 속에서 재무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올해 상반기 실적에 원화 약세가 ‘신의 한 수’로 작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1165.9원)이 지난해 2분기(1078.6원)와 비교해 8.1% 오르며 이는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환율이라는 유동적 변수를 현대·기아차의 두 재경본부장이 슬기롭게 극복해 냈다는 얘기가 업계에 나돌 정도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현대·기아차 모두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 하방 압력을 우려하며 어려움을 예측하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을 남겨둔 노동조합도 문제로 남아있다. 노조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29일과 30일 양일간 전체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8월 1일 쟁대위 출범식까지 연다는 계획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 SUV를 등에 업고 하반기도 성장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차는 최근 노조가 팰리세이드의 증산에 합의해 3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팰리세이드가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상반기 실적에 대해 최병철 부사장은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4.9%를 기록하며 수익창출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신차 판매 본격화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연 4%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우정 전무도 “지금까지 단기 목표에 따라가고 부흥하려고 하다보니 중장기 목표를 놓치고 있지 않았나 반성한다”며 “딜러 수익을 개선하고, 판매력을 개선하는 등 브랜드 전략을 재수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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