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포츠과학과 올림픽] 현대자동차

올림픽은 이제 ‘첨단 장비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육상에서 0.001초라도 앞당길 특수재질의 유니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을 비롯해 수영과 양궁, 펜싱, 사이클, 스키, 봅슬레이 등 거의 모든 동-하계 종목에서 세계 각국은 최첨단 장비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첨단산업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의 동참이 뒷받침되고 있는 상태다.

남보다 한 발 앞선 최신 과학으로 무장한 스포츠산업은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도 대한한국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다. 매년 20%이상씩 성장하는 세계 스포츠산업의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약 1조5,000억 달러(한화 약 1,725조원)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스포츠과학의 세계를 종목별로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주>

 

▲ 작년 10월 현대차는 강신성 대한봅슬레이ㆍ스켈레톤경기연맹 회장(왼쪽)과 양웅철 현대연구소 부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봅슬레이 썰매 독자모델을 봅슬레이 국가대표에 인도하는 행사를 가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봅슬레이는 흔히 F1에 비유된다. 매우 빠르다는 점, 작은 차이로 승부가 결정된다는 점, 약간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 중에서도 탈 것의 기술력으로 승부가 갈린다는 점이 가장 닮았다. BMW와 페라리, 맥라렌 등 세계적으로 우수한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봅슬레이 썰매를 제작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BMW의 썰매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62년만의 미국 국가대표팀 메달 획득을 이끌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썰매를 현대차가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 “현대차와 함께라면 금메달 획득 유력”

강신성 대한 봅슬레이ㆍ스켈레톤 경기연맹 회장은 현대차의 썰매 덕분에 우리나라가 봅슬레이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한다. 그만큼 썰매의 성능이 만족스럽다는 말이다.

현대차 썰매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작년 10월이다. 당시 현대차는 경기 화성시의 현대자동차남양연구소에서 강 회장과 봅슬레이 국가 대표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봅슬레이 독자모델 전달식’을 가졌었다. 썰매 이름은 최첨단을 상징하는 알파벳 N을 붙인 ‘N봅슬레이’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이를 이용한 첫 실전테스트를 가져 예상 밖의 우수한 성적을 냈다.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유럽컵 8차대회에서 36개팀 중 15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썰매를 가지고 이 같은 성과를 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강 회장은 “당시 썰매의 완성도를 80%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었는데 꽤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며 “올해 말 90%, 내년에는 100%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금메달,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현대차는 썰매 외에도 차량을 지원하는 등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을 물심 양면으로 돕고 있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여정에 현대차도 함께하는 셈이다.

 

▲ 작년 10월 현대차는 강신성 대한봅슬레이ㆍ스켈레톤경기연맹 회장(왼쪽)과 양웅철 현대연구소 부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봅슬레이 썰매 독자모델을 봅슬레이 국가대표에 인도하는 행사를 가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차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뿐”

이렇게 제작되는 봅슬레이 썰매는 대당 1억원 정도지만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는 데에는 훨씬 많은 돈이 든다. 정확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족히 수십억원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현대차는 비인기종목이고 과거 성적도 좋지 않았던 봅슬레이에 지원을 결정했던 것일까.

현대차의 답변은 간단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도 현대차의 사회 공헌 활동 중 일부”라며 “봅슬레이는 현대차가 더 잘 지원할 수 있는 분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궁을 예로 들었다. 국내 양궁은 현대차의 지원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대한체육회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세계 최정상이 됐다. 지금도 현대차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양궁과 같은 마음으로 봅슬레이를 지원하고 있다”며 “목표는 평창 금메달이 아니다. 양궁과 함께 했던 것처럼 봅슬레이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현대차가 제작한 봅슬레이 썰매의 구성도. 현대자동차 제공

◆ N봅슬레이, 어느 수준이길래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는 않은 만큼 N봅슬레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썰매 제작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투입됐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관계자는 “아직 현대차 봅슬레이 썰매에 대한 자료는 나와있지 않지만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며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실력을 100% 발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봅슬레이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공기저항이 적고 가벼운 동체, 트랙에 꼭 맞는 안정된 섀시, 그리고 선수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요소 제작이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은 동체 디자인이다. 봅슬레이는 시속 135km가 넘는 빠른 속도의 경기인 만큼 공기저항은 승부에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는 독자 디자인인 ‘헥사고날’을 기반으로 썰매날 축을 가리고 선수 탑승부 안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썰매의 최종 형태를 결정했다.

여기에 항공기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와 방탄복 소재, 유리 섬유 등 다중 소재를 이용해 썰매의 외관을 만들었다. 덕분에 N봅슬레이는 강도가 높으면서도 진동이 적다.

봅슬레이 썰매도 자동차와 같이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으로 구성되는 만큼, N봅슬레이 섀시 제작에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는 전언이다. 현대차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트랙에서 썰매가 어떻게 달리는지를 예측하고 섀시 세팅 인자들을 검증해 최고의 활주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선수 개개인에 꼭 맞는 썰매를 제작하기 위해서도 현대차는 많은 노력을 쏟았다. 현대차는 3D 스캔 기술을 이용해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체형을 일일이 분석, 선수들의 몸에 꼭 맞는 내부를 설계했다. 썰매를 미는 푸쉬바까지도 선수의 그립감을 최대화할 수 있는 두께와 길이를 분석해 적용했다.[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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