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으로 국내 경제와 사회 전반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 김아름 기자] 일본 아베 내각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발표된 지 25일째다. 충동적 잠깐의 도발로 끝날 것이란 일부 예상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은 고조, 한일 통상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21세기에 일어나는 '경제왜란'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과 통상마찰이 장기화 될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일본 시장과 관련된 국내 유통업계와 여행, 자동차, 반도체 산업 등 경제 전반이 멈칫거리고 있다. 초기 산발적이고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조직적, 기능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기업들마저 몸사리기에 돌입,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25일 기업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이 발생한 후 사회 전반적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며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일본 내 경영자단체 등은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태는 더욱 확산일로에 놓였다. 되레 단순한 제품 불매운동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면서 보다 체계적이며 정교해지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롯데와 이마트, 쿠팡 등 유통기업 '때아닌' 뭇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유통기업들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들이 한일 통상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일 합작 계열사를 다수 보유, 국적 논란을 빚는 롯데는 이미 불매운동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으며 이마트와 쿠팡 등도 일본 맥주 판촉과 지분 구조에 대한 오해에 휩싸이며 혹여나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니클로를 지닌 롯데쇼핑(49%)과 무인양품의 롯데상사(40%), 롯데아사히 주류의 롯데칠성(50%) 등은 일본 기업과 합작, 국내에 일본 제품을 유통한 주범으로 꼽히며 뭇매를 맞고 있다. 더욱이 유니클로는 최근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그 결과 롯데푸드와 롯데쇼핑, 롯데지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이마트도 최근 일부 점포에서 일본 맥주 판촉 행사를 진행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 또한 ‘일본 기업’이라는 소문으로 곤혹을 치렀다. 쿠팡은 '거짓 소문'이라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햇반'

CJ제일제당 '햇반' 미강추출물 0.1% 함유…불매 리스트 올라

CJ제일제당이 제조·판매하는 ‘햇반’에 일본산 쌀미강추출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우리 쌀로 지은 햇반에 국내에서도 만들 수 있는 쌀미강추출물을 굳이 일본산을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햇반 시장의 문을 연 이 회사는 그 당시 일본에서 햇반 생산 기계를 들여와 더욱 오해의 눈초리가 지금 깊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햇반에 일본산 쌀미강추출물을 사용하고 있다. 쌀미강추출물은 쌀뜨물로 쌀겨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추출물이다. 이 미강추출물은 세균번식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밥맛을 좋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논란과 관련해 CJ제일제당 측은 일본산 쌀미강추출물 0.1%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굳이 국내산을 두고 왜?'라는 의문과 함께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원그룹의 경우, 햇반제품에 미강물 자체를 쓰지 않고 있다.

렉서스 GS300 차량 지붕에서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렉서스 등 일본 자동차도 피해 확산

일본 자동차 업계도 판매감소라는 이상 기후가 감지되고 있다. 신차 비교 견적 구매 플랫폼 겟차의 기업부설연구소가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견적 건수를 조사했는데 7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일본차를 구매하겠다며 견적을 의뢰한 사례가 지난달 2341건에서 1374건으로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중고차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 운영사인 헤이딜러가 일본 불매운동 전후로 일본차 중고차 시장 인기도 변화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본산 대표 차종들에 대한 중고차 딜러들의 입찰 수가 한달 새 최대 30% 감소했다. 렉서스 ES 300h는 평균 딜러 입찰 수가 12.8명에서 8.9명으로 30% 감소했으며 인피니티Q50은 25%, 토요타 캠리는 15% 감소했다.

아울러 중고차 시장에 일본 브랜드 차량이 속속 경매로 출품, 최대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차에 대한 테러 소식과 주유 거부 등 불매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차주들의 우려도 높아진 탓이다.

지난 6월 30대 출품에 그친 인피니티 Q50은 불매 시작 후 68대로 증가했으며 토요타 캠리 역시 23대에서 38대로 증가했다.  

노노재팬

불매운동도 스마트하게…정보 제공 어플 등장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또한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있다. 관련 정보가 담긴 어플이 등장, 보다 정교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는 대표 어플인 노노재팬을 포함해 'NO일본'과 '보이콧재팬', '재팬노노', 'nonojapan, '재팬노노노' 등 일본 불매운동을 독려할 어플들이 올라와 있다. 이 어플들에는 일본 제품에 대한 업종과 브랜드별 리스트를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일부에는 일본 제품 식별 스캐너 기능을 포함한 어플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노노재팬'은 일본 제품 리스트와 함께 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 일본 로열티 제공 유무와 국내 생산 정도 등의 정보도 담고 있다. 'NO일본' 어플은 불매 대상 브랜드나 업체 리스트를 업종별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바코드 검색 기능을 더해 스캐닝으로 일본 제품 여부를 식별해준다. '보이콧재팬'은 업종별 일본 제품 소개와 대체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어 불매 대상에 누락된 제품을 추가로 등록 가능하다.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줄어들고 있다./연합뉴스

성수기 '日 여행 가지말자' 취소↑…여행업계 상품 판매율 감소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일본 여행 취소 건수도 증가세다. 위메프 투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매운동 시작 후 일본으로 떠나는 항공권 취소 비중이 최대 5배까지 증가했다. 국제선 전체 항공권 환불 건수에서 일본행 항공권 취소는 9%(6월 4주차)에 불과했으나, 7월 1주차에 15%까지 오르더니 3주차에는 44%까지 치솟았다.

예약 또한 줄었다. 전체 예약 건수 가운데 일본행 항공권 예약 건수 25%(6월 4주차)였으나 7월 3주차인 현재 10%까지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일본을 대체할 여행지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와 홍콩이다. 이들 국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와 치안, 편의시설 등을 갖춰 국내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청주시의회 제공

지자체로 번진 한일 갈등…수십년 쌓은 자매결연·교류마저 경색

한일 통상 갈등은 양국 지자체의 우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일본의 부당한 경제 제재와 관련, 그간 지속해 온 교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오는 9월에 있을 부산 ·후쿠오카 포럼도 중단될 예정이다. 메년 봄에 개최해왔던 조선통신사 교류 행사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양주시도 이달과 다음 달 예정됐던 일본 자매도시 후지에다시와 교류 일정을 모두 취소했으며 경기도 의정부시 또한 이달 27∼30일로 예정돼 있던 일본 시바타시 방문과 교류 행사 등을 전부 중단했다. 충북 괴산군도 5박 6일 일정으로 계획한 청소년 25명의 일본 교토와 오사카 지역 연수를 취소했으며 울산시 울주군도 체육 단체 관계자와 공무원 등 50여명의 일본 홋카이도 지역 체육시설 견학 일정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전국 학교, 일본 수학여행 취소…'올바른 역사 인식 정립'

경색된 한일 관계 영향 등으로 전국 일선 학교에서 일본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교육청 등 따르면 온양한올고는 10월 말부터 11월 초 일본 오리오아이신고와 국제교육 교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부여정보고등학교도 일본 오사카로 계획한 수학여행을 취소했으며 대전에서도 고등학교 2곳이 일본 수학여행을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중학교도 9월 계획한 전교생 일본 체험학습을 취소했으며 횡성군은 돗토리현 야즈초(八頭町) 어린이 방문 교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산하 기관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일본 공무출장과 현장 체험학습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청소년 미래 도전 프로젝트에서 국외 활동 28개 팀 가운데 일본 방문을 계획한 6개 팀은 현지 활동을 취소했다. 이 외에 보성초와 동복초, 보성복내중, 진상중, 전남기술과학고 등은 2학기에 예정된 일본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장소를 변경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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