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3·2·5 원칙' 무너져
KB손해보험이 '5년 이내 암진단·입원·수술 이력' 고지 의무를 없앤 상품을 출시했다. 서울 역삼동 KB손해보험 본사 모습. /사진=KB손해보험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 4년 전 간암 판정을 받은 A씨(51)는 오래 전 가입했던 보험사로부터 진단비 2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완치된 A씨는 암 진단 환자 중 25%가 재발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걱정에 휩싸였다. 가입한 보험이 암 재발에 대한 보장이 없어 근심하던 A씨는 KB손해보험에서 5년 이내 암 수술을 받아도 가입이 가능한 보험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입을 결정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새로운 유병자보험 'The간편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소견 ▲1년 이내 상해·질병으로 입원·수술 병력만 고지하면 된다.

보험사들이 기준으로 삼았던 '5년 이내 암진단·입원·수술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심사 항목을 없앤 게 특징이다. 또 '2년 이내'도 1년으로 줄였다.

이 상품은 기존 유병자보험 고지항목인 ‘3·2·5 원칙'을 깼다. 3·2·5 원칙은 3개월 이내 의사소견, 2년 이내 입원·수술, 5년 이내 암 치료력 등 세가지 해당사항만 없으면 유병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KB손해보험뿐 아니라 DB손해보험도 지난 3일 고지항목을 하나로 줄인 '1Q초간편건강보험' 출시했다. 메리츠화재(간편한 3대질병보험), 삼성화재(유병장수플러스), AIG손해보험(하나로간편보험) 등도 5년 이내 조건을 없앴다.

손해보험사들이 ‘3·2·5 원칙’을 깨고 가입 문턱을 더 낮춘 상품을 내놓은 것은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업 전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4%로 전년대비 1.4%포인트 늘었다. 가구당 생명보험 가입률은 85.9%, 손해보험 가입률은 91%, 개인별 보험가입률은 96.7%로 전체적으로 소폭 상승했다.

저출산으로 신규 보험 가입자가 늘지 않고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력을 문제 삼아 보험 가입을 제한하면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인수기준을 완화한 간편심사보험 가입자 수는 2012년 11만명에서 2016년 80만명으로 5년 새 7배 성장했다.

'5년 이내' 고지 의무를 없애면서 다른 암보험에서 진단금을 받은 가입자가 새로운 암보험에 들어 보상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보험사들은 유병자보험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 시장은 포화 상태로 전체 고객 파이에서 뺏고 뺏기는 상황"이라며 "기존 타 보험사에서 암 진단금을 받은 고객이라도 3개월, 1년 조건만 맞으면 가입하고 다시 보험금을 받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보험료를 높여 손해를 줄이고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병자 보험은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2배 정도 비싼 편"이라며 "특히 암진단비, 유사암진단비, 재진단암진단비 등은 특약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늘어날 수 있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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