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악재 속에서 선도적 대응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SK,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최태원 SK 회장은 감산 카드를 꺼내들며 반도체 시장 수요 대처에 나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재고 증가로 인해 생산량을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D램·낸드플래시 생산량 및 투자 조정을 하겠다며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까지 수요 공급 조절에 나선 까닭은 실적 부진의 원인이 가장 크다. 올해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56조원, 영업이익 6.5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24%, 56.29% 각각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8%, 89%씩 감소했다.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약세가 2분기 내내 지속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D램은 모바일과 PC 시장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3% 늘었지만 평균 판매가격이 24% 감소했고, 낸드플래시도 수요 회복세로 출하량은 같은 기간 40% 늘었지만 평균 판매가격은 25% 하락했다.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글로벌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일본 도시바 등 해외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생산량을 감축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현상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발표 직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동시에 상승한 것은 감산 확대를 시장에서 재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며 “연말까지 분기 실적이 반등하기 어렵더라도 감산 영향으로 실적 개선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전망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나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모리 생산량 감소만으로 시장 대처에 나서면 경쟁사와의 치킨게임이 대두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감산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 대처 방안을 찾던 가운데, 국산 불화수소 사용에 대해 “품질의 문제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며 소재 확보에서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도 “반도체 시설 투자와 증설에 따른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감산 보다는 생산 최적화 기조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소식에 소재 확보 방안을 찾기 위해 직접 일본을 방문해 대안을 모색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그 여파가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하반기 실적 회복을 위해 생산량 감소를 통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산으로 재고 물량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우려해소가 우선되야 하는 만큼 일본의 소재 압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과 미중 무역갈등 해소를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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