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미국 출신 카슨은 10대 시절 군인이었던 부친을 따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보내며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가족 가운데 누구보다도 한국어를 잘하게 된 카슨.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을 때도 그렇게 섭섭할 수 없었다. "일단 우리와 함께 돌아가서 대학도 다녀 보라"는 가족들의 권유로 미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는 1년도 안 돼 다시 한국행을 택했다. 친절한 사람들과 편의시설이 밀집된 효율적인 생활은 한국의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카슨에겐 한국에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정식 데뷔라고 한다면 tvN 'K2'에 출연하면서가 아닐까 싶다. 그 이전부터 일은 하고 있었는데 작은 대사 한, 두 마디가 있을까 말까한 엑스트라 정도였다."

-연기자의 꿈은 어떻게 키우게 됐나.

"어릴 때부터 연기를 좋아했다. 연기할 때 제일 행복하다. 일을 하고 난 뒤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도 즐겁다. 또 촬영을 하면 다른 배우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 않나. 좋은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큰 기쁨이다."

영화 '마트로시카' 출연 당시.

-왜 한국에서 배우가 될 생각을 했나.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가 된다면 한국에서 일을 해야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또 나는 외국인인데 한국어를 잘하니까 그게 여기서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특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나.

"현재로선 LA에 가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일단 생활비도 두 배, 세 배 이렇게 비싸고 그곳엔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지 않나. (웃음) 한국에서 성공하게 되면 차분히 다음 행보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한국에서 열심히 해보겠다."

-한국 생활은 어떻게 하게 됐나.

"아버지가 군인이라 가족들이 다 같이 한국에 와서 살게 됐다. 5~6년 정도 녹사평 쪽에서 살았다. 그 덕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일본에 있었다. 일본에서 5년 정도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1년  정도 있었는데 아시아가 너무 그리운 거다. 그래서 아버지가 '우리 한국가게 됐어'라고 했을 때 정말 기뻐했다."

-한국의 매력이 있다면.

"미국은 땅이 굉장히 크잖나. 그래서 북적북적하는 걸 느끼기가 어렵다. 한국은 커뮤니티 같은 느낌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잠시 미국으로 돌아갔었다고 들었다.

"2013년 즈음이다. 아버지를 따라 가족들이 다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계속 한국에서 살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가족들이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자. 대학도 한 번 다녀 봐라'고 설득을 해서 같이 가게 됐다. 그런데 미국 생활에 적응이 잘 안 되고 한국이 그리워서 8개월쯤 지나 돌아오게 됐다. 지금은 연세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엔 외국인들을 위한 배역이 별로 없지 않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이 나오는 게 진짜 전쟁 영화밖에 없다. 군인 역 밖에 없다 보니 여성인 내가 들어갈 자리는 마땅치 않다. 대신 뮤직비디오 같은 곳에서는 할 일이 좀 있다. 6월 초에도 3일 동안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나 빼고 다 러시아 사람들이라 러시아어도 덕분에 좀 배울 수 있었다. (웃음)"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여자는 다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난 타고난 금발이 아니다. 그런데 한 1년 동안 일이 너무 없는 거다. 나중에 어떤 캐스팅 에이전트 분이 '감독 님이 금발을 원해. 그래서 너는 안 될 것 같아'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엄청 큰 마음을 먹고 금발로 염색을 하게 됐다. 진짜 돈이 많이 든다. (웃음) 2주 마다 뿌리 염색을 계속해샤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일을 하려면 지금으로선 어쩔 수가 없다. 머리 뿐만 아니라 체중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 어떤 캐스팅 감독 님은 내게 '살 안 뺄 거면 연기를 왜 하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 분도 여자였다. 진짜 충격이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외모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유니크한 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엠마 스톤 같은 배우도 굉장히 유니크한 분위기 아닌가. 발음도 그렇고. 근데 그걸 매력으로 봐 주고 인정해 준다. 아무래도 그런 면에서는 아쉽다."

'K2' 촬영 당시 카슨(왼쪽).

-앞으로 연기 활동 계획이 있다면.

"사실 작년에는 일이 너무 없어서 계속 이 일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학원도 다니고 액션 스쿨도 다니고 했는데, 막상 오디션 현장에 가면 그냥 예쁜 모델들만 뽑히니까. (웃음) 그런데 올해는 정말 운이 좋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진짜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다음 달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인생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포기하겠다는 마음 없이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 올 9월에는 KBS2 새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들어간다. 한 작품에서 고정을 맡는 건 '동백꽃 필 무렵'이 처음이다. 사실 처음엔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설정이었는데 내가 리딩하는 걸 보시곤 한국어를 잘하는 캐릭터로 바꿔 줬다. 기대된다."

-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그래서 리얼 로맨스물에 출연하고 싶다. 지금까지 작품에서는 로맨스 연기가 되게 짧았다. 'K2'에서는 지창욱과 호흡을 맞췄는데 되게 짧게 나오다 죽었고, MBC 종영극 '봄이 오나 봄'에서는 전 여자 친구로 나왔고, OCN 종영극 '보이스3'에서는 아내 역으로 나오긴 했지만 로맨스 연기는 못 해 봤다. 로맨스를 꼭 해 보고 싶다."

-원하는 상대역이 있다면.

"서강준 배우. (웃음) 강아지상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사람이 되게 선하게 보이지 않나. 진짜로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로맨스를 하고 싶다."

사진=바바컴퍼니, Angela Faye, tvN 'K2', 영화 '마트로시카'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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