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연자, 설하윤, 송가인, 한여름(왼쪽부터).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트로트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미스트롯'은 지난 2월 5.9%(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 무려 18.1%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막을 내렸다. 종합편성채널계의 새 역사다. 이 기세를 몰아 TV조선은 남성 참가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트롯'을 기획하고 있다. '미스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은 '시청률 치트키'로 불리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고 지방 행사 위주였던 트로트 공연 역시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이어지고 있다.

TV조선은 '미스트롯' 인기에 힘입어 '미스터트롯' 론칭을 예고했다.

■ '미스트롯'이 살린 트로트 불씨… '대박이어라'

'미스트롯'이 종영한 지 벌써 두 달도 넘게 지났건만 방송과 공연계는 아직도 '미스트롯' 열풍으로 뜨겁다. 제 1대 미스트롯으로 뽑힌 송가인에 대한 관심은 특히 크다. TV조선 '아내의 맛', '뽕 따러 가세' 등 방송에 떴다 하면 시청률과 화제성이 보장되니 '치트키'라 불릴만하다. 24일 열린 '2019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는 트로트 부문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라'로 끝나는 송가인의 말투는 이곳저곳에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최근까지 트로트는 지방의 행사나 KBS1 '가요무대' 등 일부 프로그램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미스트롯' 이후 가장 빠르게 변한 건 방송계다. KNN '골든마우스', JTV '전국 톱10 가요쇼' 등 지방 방송사를 중심으로 트로트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방의 경우 여러 행사를 통해 트로트 가수들을 유치하는 기회가 잦기 때문에 공연과 방송을 연계한 시너지 효과 발생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미 시장의 반응은 시작됐다. '골든마이크'는 지난 19일 방송 이후 분당 최고 시청률을 13.3%(부산 기준)까지 끌어올리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관련 영상 조회수는 300만 회를 넘었다. '전국 톱10 가요쇼'의 경우 신세대 트로트 가수 10명으로 구성된 '영텐'을 결성, 젊은층의 시선까지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트로트, 차트도 흔든다

음원 차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디지털 음원 서비스 카카오뮤직의 7월 둘째 주 순위를 보면 홍진영의 '오늘 밤에', '잘가라', 장윤정의 '사랑 참', '목포행 완행열차', 송가인의 '무명배우' 등이 30위 안에 포진돼 있다. 설하윤, 한여름 등 새로운 트로트 스타들의 활약도 거세다. 2000년대 초반 장윤정이 일으키고 2000년대 말 홍진영이 '사랑의 배터리'로 견인한 '젊은 트로트'의 배턴을 이들 신세대 트로트 스타들은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다. 설하윤의 경우 최근 방송되고 있는 KBS2 주말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OST '내 인생의 봄처럼 꽃은 핀다'로 카카오뮤직 실시간 차트 21위에 랭크됐고, 한여름은 5월 발표한 데뷔 앨범 '한 서머'를 완판시키며 차세대 '트로트 퀸'의 등장을 알렸다. 트로트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화보집과 포스터가 수록된 정규 앨범 '레트로 핫'을 지난 4일 발매하기도 했다. 홍자, 김소유, 정미애 등 송가인 외 '미스트롯' 출연진 역시 연일 뉴스면을 장식하며 자신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즐기고 있다.

'따르릉' 재킷.

김영철과 홍진영이 함께한 '따르릉'이나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처럼 EDM, 댄스와 트로트가 결합된 일명 '뽕디엠'이란 장르가 탄생하며 1020 세대와 트로트 사이의 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59년생, 올해 나이 61세인 가수 김연자는 일본 활동으로 국내를 오래 떠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현재 '가장 핫한 60대 가수'로 방송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자신의 노래 '아모르 파티'가 역주행한 뒤 오랜 시간 차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모르 파티'는 한 엑소의 팬이 엑소 이후 무대에 오른 김연자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이 노래는 지난 2017년 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 주요 음원 사이트의 트로트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쥔 뒤 약 2년이 지난 2019년 현재까지 여러 트로트 차트 상위권에 남아 있다. 김연자는 이후 "한 달에 기름값만 150만 원 이상 쓰고 있다"며 바쁜 스케줄을 인증하기도 했다.

'미스트롯' 콘서트 초대권 일부 반납한 출연진.

공연계에서는 여전히 '미스트롯'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 종영 후 출연진은 서울, 수원, 청주, 강릉, 원주, 목포, 제주 등 전국 여러 지역을 돌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티켓팅에 실패한 팬들의 요청에 힘입어 서울 앙코르 콘서트가 열리게 됐고, 출연자 및 공연 관계자들은 자신들에게 제공된 초대표까지 반납하며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하고 있다.

트로트의 제 2의 전성기를 기대케 하는 분위기는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 '골든마이크'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용임은 "확실히 이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면서 "트로트에 대한 선입견도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기회를 발판 삼아 좋은 가사,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미스트롯'에 이어 '골든마이크'로도 대중과 만나고 있는 지원이는 "트로트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음악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듣는 이들 모두가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게 한다"면서 트로트 활성화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OSEN, TV조선, JTV, 미스틱엔터테인먼트, 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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