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13년 전 '윙크사건'보다 더 아쉬운 '호날두 노쇼'
[심재희의 골라인] 13년 전 '윙크사건'보다 더 아쉬운 '호날두 노쇼'
  • 심재희 기자
  • 승인 2019.07.28 23:56
  • 수정 2019-07-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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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 쇼'.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26일 팀 K리그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채 벤치에서 좋지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임민환 기자
호날두 '노 쇼'.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26일 팀 K리그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채 벤치에서 좋지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2006년 7월 1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독일 월드컵 8강전. 세계적인 스타들이 포진한 두 팀의 경기는 기대 이하의 빈공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0의 행진이 계속되던 후반 17분 대형사고가 터져나왔다. 잉글랜드의 주포 웨인 루니(34·DC 유나이티드)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한 것. 루니는 공을 다투던 포르투갈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41·은퇴)의 사타구니 쪽을 밟아 심판으로부터 빨간 카드를 받았다.

험악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건 바로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였다. 호날두는 루니의 반칙이 나오자 번개같은 스피드로 주심 앞으로 달려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은 휘슬을 길게 불면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루니는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팀 동료였던 호날두의 '고자질'에 격하게 반응했다. 화를 참지 못하고 호날두를 밀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호날두는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는 여유를 보이며 잉글랜드와 맨유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당시 경기를 방송 중계했던 필자는 호날두가 보인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열한 승부 속에서 주심에게 항의와 어필은 충분히 할 수 있으나, 중계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는 '일종의 도발 행위'는 쉬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0-0으로 흘러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호날두가 포르투갈의 4번째 키커로 나서 성공하며 3-1 승리를 매조짓고 환호했다.

경기 직후 호날두는 잉글랜드 팬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맨유 팬들조차 등을 돌렸다. 자신이 뛰는 리그와 팀의 동료를 조롱한 부분이 부각되면서 이적설이 퍼지기도 했다. 세계 최고로 성장할 수 있는 실력은 갖추고 있으나, 인성과 매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어린 호날두는 힘든 순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도움을 받으며 더 성장했다. 야유를 씻어내는 멋진 활약과 함께 팬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며 진정한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퍼거슨 감독의 지휘 속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매너 없고 이기적인 선수'라는 평가를 떨쳐냈다. 그리고 2009년 7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맨유 팬들로부터 야유가 아닌 박수를 받았다.

호날두(아래)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당시 맨유 팀 동료였던 루니의 반칙을 주심에게 고자질 하고 윙크까지 해 구설에 올랐다. /MBC 방송화면 캡처
호날두(아래)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당시 맨유 팀 동료였던 루니의 반칙을 주심에게 고자질 하고 윙크까지 해 구설에 올랐다. /MBC 방송화면 캡처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 많은 축구팬들, 그리고 K리그 스타들까지 '슈퍼스타' 호날두와 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경기 내외적으로 모범이 되며 국내에서 '우리형'이라는 별명을 얻은 호날두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어 6만5000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A매치 뛰어넘는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팬들이 그토록 보길 원했던 '우리형' 호날두의 모습은 전혀 없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 지친 호날두는 시종일관 불편한 표정만을 드러냈다. 경기 전 사인회를 취소했고, 약 1시간 정도 지연된 경기에도 끝내 나서지 않았다. 경기장에 그의 이름이 울려 퍼졌으나 몸도 풀지 않으며 한국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분노로 바뀌게 만들었다. 그 동안 얻은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가고 말았다.

무리한 계약 조건과 컨디션 난조 등을 고려해도 호날두의 이번 '노 쇼'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호날두는 박지성의 과거 동료이자 실력과 매너를 겸비한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2019년 7월 우리 앞에 나타난 호날두는 13년 전 윙크 사건때보다 더 실망스러운 선수에 불과했다. 교체명단에 버젓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워밍업도 하지 않은 채 벤치를 지켰고, 경기 후에도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뛸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비친다.

맨유를 지지하는 한 유럽 지인은 호날두의 윙크 사건이 나온 후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슈퍼스타감이 아니다." 슈퍼스타는 단순히 실력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팬들을 진심으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며 호날두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었다. 호날두가 보여준 이번 '노 쇼' 사건에 대해서 필자도 똑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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