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연합뉴스

[한스경제 김아름 기자] '죽음의 공포'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의 악몽이 끝나지 않고 있다.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올라 많은 사람을 공포로 내몰고 있다. 이번에는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일부 분사형 세정제와 살균제에서 살균보존제 성분이 검출, 사용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2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쇼핑몰과 국내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분사형 세정제와 살균제 일부 제품에서 CMIT와 MIT 등 국내 사용 금지 살균보존제가 검출됐다.

CMIT와 MIT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으로 자극성과 부식성이 커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되면 피부와 호흡기, 눈 등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2등급 흡입 독성 물질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 또한 유독 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담긴 세정제 등 /한국소비자원

이번 조사로 밝혀진 제품은 총 25개 제품으로 이 가운데 그린웍스 멀티 서피스 클리너 등 전체 제품에 28.0%에 해당하는 7개 제품에서 CMIT, MIT가 검출되거나 기준을 초과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해당 제품은 전부 국내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6개 제품은 브랜드 홈페이지나 제품 자체에 해당 성분 함유 여부가 표시돼 있다. 그런데도 구매 대행자는 해당 성분함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를 중개, 구매 대행했다는 얘기다.

현재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르면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의 판매를 중개하거나 구매를 대행하는 자는 안전기준의 확인 및 표시기준 등에 부적합한 제품의 중개 및 구매대행을 금지하고 있다.

소비자원 발표가 나오자 소비자 일부는 안심하고 사용할 제품이 없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더 조심해야 할 유아동 제품에까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퍼져 있어 그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3살과 5살 남매를 둔 30대 김모(38·여) 씨는 "이번에 나온 제품도 유아동 제품에 사용하는 세정제였다"라며 "국내 제품이나 해외 제품이나 믿을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제는 선뜻 구매해 사용하기가 두렵다"라고 말했다.

8살 아이를 둔 40대 정모(42·여) 씨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일이 얼마되지 않은 듯 한데, 여전히 우리 생활 전반에 관련 성분이 퍼져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하다"라며 "이를 막을 방안이 없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대한 불안은 지난 2011년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이 가습기 살균 성분으로 제품을 제조·판매 후 산모 4명이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성분으로 인한 피해자만 6476명이며 이 가운데 14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 소식은 계속됐다.

최근에도 '액체 괴물'로 불리며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슬라임 일부 제품 등에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4월에도 쁘띠엘린이 수입하는 캐나다 브랜드 에티튜드의 주방 세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젖병세정제 등으로 유명한 에티튜드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마케팅으로 많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아왔다.  

또한 국내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또한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 '메디안'을 판매해 뭇매를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논란이 터진 직후 해당 제품을 교환·환불 조치했다.

계속되는 가습기 살균제 검출 논란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정부 차원에서 해당 성분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제품 제조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안다"라며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구매 대행자가 양심껏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소비자도 성분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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