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성원 행복해야 능률 오르고 회사도 성장"... 게임업계도 동참에 한목소리

[한스경제=산업경제부] A사 강모 대리="주말 포함해 28일 동안을 출산휴가로 사용했다”며 “다른 팀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살면서 자녀를 많이 낳는 것도 아닌데 팀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 줘서 다녀올 수 있었다”

B사 박모 매니저=“직접 아기 기저귀도 갈아주고 아이가 우는 이유도 알게 됐고 젖병 소독과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부부관계도 좋아졌고 여성동료들의 출산휴가에 대해 생각을 고치게 되는 계기였다”며 “육아휴직이 직장 내 노동강도 대비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배우자는 물론 자녀와의 유대감도 커졌고 배려하는 조직문화에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출산휴가를 장려하고 있지만 조직문화를 고려해 쉽게 결정할 수 없어 맞벌이 대부분은 배우자만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이 출산휴가를 확대하는 복지혜택 확대로 직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를 비롯한 한화, 롯데, CJ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하고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혜택 확대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9일 노동조합과의 임금 단체협약에서 배우자 출산 휴가일수를 기존 3일 유급, 2일 무급을 합해 5일로 시행하던 것을 최대 10일까지 확대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가 직원 복지를 확대하고 노조는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데 합의해 사실상 최 회장이 주창하는 사회적 가치를 노사합의로 이끌어 낸 셈이다.

SK그룹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선봉에 섰다. 전날 SK이노베이션 노사가 합의한 단협에는 ▲육아휴직 10일 도입 ▲난임비용 일부 지원 ▲의료비 지원 가족 확대 ▲주택융자금 확대(5000만원→1억5000만원) 등이 담겼다. 이중 육아휴직 확대는 실질적인 직원들의 혜택으로 손꼽힌다.

SK그룹의 다른 기업들 중에서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대디의 출산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4일을 기점으로 '아빠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를 낳으면 15일, 셋째를 낳으면 20일 등으로 확대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부터 배우자 출산 휴가를 10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SK주요 계열사의 출산휴가 확대시행은 최태원 회장이 주창한 ‘기업의 사회적 가치’ 도입과도 맞물려 있다. 최 회장은 기업경영철학의 최우선 가치로 ‘구성원의 행복’에 두고 있다. 구성원이 행복해야 능률이 오르고 그룹의 지속서장이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을 뜻하는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성원 개인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SK 계열사들의 잇따른 남성 출산휴가 확대시행은 최 회장의 구조혁신에 노사가 한 목소리로 화답했다는 평가다.

이번 임단협은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이 창사 이래로 가장 빨리 단협이 타결된 것도 SK이노베이션 노사 모두가 ‘회사가 잘돼야 직원들도 잘된다’는 공감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임단협 내용이 젊은 층이과 중년층 모두를 아우르는 복지에 회사가 많이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하는 아빠인 ‘대디’가 사회적 분위기와 직장문화로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쉽게 허용되지 않는 조직문화가 존재해 왔다. 제도가 있어도 그 동안 유명무실한 제도로 평가 받아 왔던 게 사실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회사 측에서 고민해주고 먼저 제안했다는 게 달라진 직장문화로 평가된다.

아빠들의 고민을 고려해 지난 2017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한 롯데그룹은 남성 직원이 배우자가 출산 즉시 1달간 자동으로 출산 휴직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통상임금이 한 달간 100% 지원되며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100%로 남성은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써야 해서 회사 눈치가 전혀 없어 사내 제도로 자리잡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신청하도록 했고 승진과 승급 등에 영향 없이 100% 현업에 복귀하고 있다"라며 " 재작년 1100여명, 작년 1900명이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며 올해 남성 육아휴직 비중이 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CJ그룹도 일과 가정의 양립 방안으로 남성 출산휴가를 유급 3일 무급 2일이었던 제도를 유급 14일로 바꾸는 등 남성 육아를 권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CJ 임직원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돌봄 휴가'를 낼 수 있게 됐다.

남녀 관계없이 2주간을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 달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했다. 임신·출산과 관련해서는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원한다. 현행 5일(유급 3일·무급 2일)인 남성 출산휴가(배우자 출산)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출산 후 1개월 이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그룹도 아빠 출산휴가 1개월 사용을 의무화했다. 가장 먼저 제도를 도입한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한화의 경우 현재까지 전체 남성 직원 4300여명 가운데 20여명이 이 제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6년 출산 초 육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1개월 휴가 사용을 의무화한 '아빠휴가'를 도입했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자녀 출산 3개월 이내 남성 직원들이 신청할 수 있으며 휴직 기간 동안 자기개발 지원금이 지급되며 근속 기간도 인정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아내가 쌍둥이를 출산한 경우 배우자 유급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원협의회에서 합의해 시행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아빠 출산휴가'를 각사 내규로 지정해 직원들의 자율에 맡겨 휴가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넥슨은 배우자가 출산한 당일로부터 한 달 이내 5일 연속 사용 가능(공휴일 제외)하고, 엔씨소프트는 배우자가 출산한 후 직원이 휴가를 신청한 날로부터 최대 5일까지(주말·공휴일 제외) 사용할 수 있고 유급 휴가는 3일이다. 넷마블도 최대 5일 연속으로 휴가를 쓸 수 있으며 유급 휴가는 3일이다.

'검은사막'으로 게임업계 내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는 펄어비스는 남자 직원의 배우자 출산 시 경조휴가는 7일(5일 유급, 2일 무급)이며 출산 경조금은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배우자 출산휴가로 한 달을 쓰겠다고 하면 부서 내에서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가 존재했다”라며 “회사 눈치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을 쓰지 않거나 육아휴직 후 복귀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조치가 의무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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