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차-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90 생산 및 판매 차질
기아차-텔루라이드, 셀토스 등 글로벌 전략차종 생산 위협

[한스경제=이정민 기자] #울산에 사는 A씨는 “안그래도 울산 경기가 다 죽어가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을 해 추석전까지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귀족노조가 버는 만큼 울산 지역경제에도 이바지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꼬집었다.

#광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역경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로 휘청이고 있는데 그나마 남은 기아차가 잘 해야 할텐데 또 파업한다니 걱정이 앞선다”며 “자칫 새로출시한 소형SUV 생산과 판매에 악영향이나 안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푸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가결하면서 또다시 ‘귀족노조’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이후 8년 연속으로 한번을 빼놓지 않고 분규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29~30일 이틀간 진행된 '2019년 임단협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대비 70.54%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기아차 노조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 73.6% 찬성으로 파업이 결정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 노조가 파업수순을 밟으면서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110만4916대를 기록했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영향으로 해외 판매량이 10.1%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5%까지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는 그나마 4%로 확대됐는데, 팰리세이드 등 수익성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선보인 덕분이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사진=연합뉴스

당초 하반기 실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던 현대차는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반응이다. 판매도 안되는데 노조가 파업하면 그나마 계약했던 물량이 대거 여타 브랜드로 이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출시된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계약취소로 이어진 사례가 있어 현대차는 그나마 계약된 물량도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수입차에 고객을 뺐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반기 전략차종을 내세운 하반기 전략차종인 제네시스 GV90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 감소한 135만2629대를 기록했다. 국내와 해외를 살펴보면 국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3% 감소한 24만2870대, 해외에서는 0.8% 감소한 110만9759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인기SUV를 미국과 인도 등에 투입해 실적을 만회할 계획이었지만 자칫 시장 선점효과를 현지 경쟁사에 뺏길 위기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쌍끌이 파업이 ‘귀족노조의 귀환’이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게 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평균 연봉 대비 노동생산성은 1.2배에 그쳤다. 임금을 올려주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직원 연봉 지난해 도요타의 직원 평균 연봉은 7800만 원 임을 감안하면 9200만 원인 현대차가 훨씬 높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지난해 14.8%를 기록했다. 귀족노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전자업계에 이어 다음 타깃이 자동차라는 시각이 많다. 이에 현대·기아차 노조가 명분없는 파업을 이어갈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급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반도체를 시작으로 자동차 분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실제 파업까지 펼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며 “실제 파업이 본격화되면 현대기아차 하반기 실적은 물론 국내 생산기지가 있는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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