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사자’는 단순한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판타지,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영화다. 복합장르물을 표방한 이 영화는 비주얼적으로 꽤나 공들인 흔적이 돋보인다. 그러나 욕심이 과한 탓일까. 자칫 늘어지는 전개와 촘촘하지 못한 스토리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속 주인공 용후(박서준)는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신에 대한 원망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밤마다 악몽을 꾸고 악마들의 속삭임에 힘들어하던 그가 꿈에서 깰 때면 손바닥에는 피가 흥건하다. 원인 모를 상처에 용후는 무속인을 만나게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소개 받게 된다. 그 곳은 바로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가 있는 곳. 용후는 안신부를 통해 상처 난 손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용후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안신부를 돕게 된다. 바티칸에서 온 안신부는 그 동안 악에 홀로 맞서 싸운 인물. 용후의 합류와 함께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을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

‘사자’는 초반부터 용후의 어린 시절을 할애하는 데 시간을 쓴다. 용후와 아버지의 사연에 중점을 맞춘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늘어지는 느낌을 자아낸다. 용후가 초능력을 깨닫는 데만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영화 '사자' 리뷰.

캐릭터의 개연성이 부족한 점 역시 지울 수 없다. 잘 나가는 격투기 선수 용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안신부와 함께 악을 처단하는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용후가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듯 하지만 정작 그가 왜 특별한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는다.

또한 ‘사자’는 마니아적인 오컬트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기존의 오컬트 작품이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한 데 반해 ‘사자’는 곳곳에 유머 코드를 넣었다.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이고픈 김주환 감독의 바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용후와 안신부의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이러한 유머 코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촘촘한 이야기와 쫄깃한 긴장감 대신 오락성과 대중성을 택한 ‘사자’. 그러다 보니 톤앤매너가 너무 다르고, 영화 역시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후반부 용후와 지신의 치열한 몸싸움이 쾌감을 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컨저링 유니버스처럼 ‘사자’의 세계관을 형성했다고 밝힌 김주환 감독의 포부와 달리 허술한 만듦새가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의 열연은 빛을 발한다. 박서준과 안성기의 케미스트리는 흠 잡을 데가 없다. 악역을 택한 우도환 역시 7시간을 들인 특수분장의 비주얼이 묻히지 않는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국내 오컬트 영화 중 가장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러닝타임 129분. 12세 관람가. 31일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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