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국내 모바일 시장에 다시 한 번 강력한 태풍이 몰아칠까.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Tencent)가 10조원 가량의 자금으로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Supercell)을 인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텐센트가 슈퍼셀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공략한다면 콘텐츠 다변화를 통해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일제히 텐센트의 슈퍼셀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인수 금액도 약 90억달러(한화 기준 약 10조5,462억원)라는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 허덕이는 소프트뱅크에 손 내미는 텐센트

현지 외신들의 보도에 의하면 텐센트는 슈퍼셀의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관련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인수를 위해 텐센트가 재무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텐센트, 슈퍼셀 제공

글로벌 시장에서 수퍼셀의 위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붐비치’ ‘헤이 데이’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등 4가지 게임만으로 글로벌 일간 사용자 1억명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인 슈퍼셀이다.

슈퍼셀은 2010년 핀란드의 게임 개발사로 출발해 클래시 오브 클랜, 헤이 데이, 붐비치, 클래시 로얄을 출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3년 10월, 일본의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와 그 자회사 소프트뱅크가 15억3,000만달러(약 1조7,969억원)에 지분 51%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현재는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7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슈퍼셀 제공

외신들은 현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약 800억달러(약 93조9,6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어 이번 인수 협상이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슈퍼셀과 더불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지분도 매각할 것을 공표하며 재무 개선에 나선 상태다.

■ 텐센트, 슈퍼셀 인수해 모바일 저변 확대

텐센트가 슈퍼셀을 사들일 경우 2011년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 예측된다.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한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LoL)'의 성공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통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oL은 완성도 높은 게임성으로 한국에서도 200주 이상 PC방 최고 점유율을 이어가는 등 강력한 흥행 콘텐츠로 자리잡은 게임이다.

그렇다면 텐센트가 슈퍼셀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의 저변 확대가 가장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슈퍼셀 게임 대표 캐릭터들. 왼쪽부터 클래시오브클랜, 붐비치, 헤이 데이, 클래시로얄. 관련 광고 영상 캡쳐

텐센트는 위챗(모바일 메신저), 위챗페이(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 글로벌 IT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슈퍼셀의 콘텐츠가 텐센트의 IT 플랫폼을 통해 채널링 되면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텐센트 결제 시스템과 자체 운영중인 큐큐 포털의 광고 플랫폼이 슈퍼셀 부분 유료화 정책과 더해져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다. 슈퍼셀의 막강한 마케팅 수단과 텐센트의 자금·채널 인프라가 합쳐지는 셈이다.

슈퍼셀 역시 텐센트에 팔릴 경우 중국 시장 진입 거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 앱마켓 역시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타 국가 콘텐츠가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정작 인수설의 당사자인 텐센트와 소프트뱅크, 슈퍼셀은 관련 사항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가 실제 인수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이미 지난해 다양한 기업들이 슈퍼셀의 인수를 제의했지만 협상이 결렬됐고 슈퍼셀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를 신뢰한다는 점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 거침없는 中 게임 행보, 국내 게임사 긴장

국내 게임업계는 이번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중국산 콘텐츠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 슈퍼셀 제공

‘뮤 오리진’의 장기 흥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 ‘천명’ ‘검과마법 for kakao’ 등 다양한 중국산 게임들이 최고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수 년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 완성도 면에서 천지차이를 보이던 중국산 게임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고품질의 콘텐츠를 통해 한국 시장을 점령해 가는 분위기다.

이미 텐센트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도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2014년 3월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에 5,300억원을 투자하며 약 25.31%의 지분을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라섰고 엔씨소프트와는 파트너십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텐센트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 기업들과 다양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텐센트의 모바일 FPS ‘전민돌격’을 넷마블게임즈가 ‘백발백중 for kakao’로 서비스 중이며 ‘블레이드 앤 소울(엔씨소프트)’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점투파검령’의 경우 텐센트가 중국 서비스를 맡았다.

▲ 넷마블 제공

슈퍼셀을 인수한다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중인 텐센트의 존재감이 확대될 뿐 아니라 중국 모바일 게임의 국내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에 맞설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 콘텐츠가 어느새 국내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 게임 기업 관계자는 “텐센트가 막강한 인프라를 위해 슈퍼셀을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지만 그 기간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면서도 “최근 중국산 콘텐츠가 국내 모바일 앱마켓에 진입하는 것을 보며 국내 기업들도 긴장감을 갖고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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