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일본이 2일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공작기계,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부품업계 등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공작기계 분야는 직격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나 전략물자로 지정된 제품들이 많아 국내 정밀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일본이 공작, 정밀기계 수출을 제한하면 영향은 기계 업계 외에 자동차와 조선, 건설기계 등 중공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공작기계의 60%가 일본이 분류한 전략물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계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으로 고정밀 가공 부문에 특화됐다.

물론 공작기계는 국산이나 독일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독일 공작기계는 일본산과 같은 품질 수준에도 가격은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가격에 걸림돌이 있다.

일본이 공작기계 완제품이 아니라 '공작기계 수치제어반(NC)'의 수출을 규제해도 제조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일본 업체인 화낙(FANUC)의 국내 NC 점유율이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NC는 현대위아나 지멘스, 하이덴하인 등의 업체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작업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 상당 기간 적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기계업체 관계자는 "공작기계 등 금속가공 기계들은 설비투자이기 때문에 손바뀜이 심하지 않다"며 "당장 영향을 받는 반도체 업계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부품의 국산화와 일본 부품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기 때문에 즉각적인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관계자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과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등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일본산 부품 수입액은 3억1000만 달러로 국내 자동차 생산(163억달러) 대비 1.9%에 그쳤다며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기계업계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계·자동차 분야 일본수출업계 강화 조치 및 대응방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완성차업체들은 국산화율이 95% 이상으로 일본 이외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어 단기적 대응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수소탱크 등 친환경차 위주로 일본산 소재 문제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3가지 품목 규제에 영향을 받은 디스플레이 업계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응에 나섰다.

구체적인 영향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가정을 두고 예측한다는 전망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일본의 전략물자 리스트 외에 비전략물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고, 어떤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한계도 있어 국산화 등 대응책이 있어도 개별적으로 밝히기는 부담스러울 가능성도 높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응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기존 거래처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7월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수립, 영향 여부 점검, 대체 거래처 발굴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는 3개 품목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은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파우치 필름과 바인더 등 일부 공정용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8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다만 "사업부에서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들은 규제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면서 "긴장감을 높여 시나리오별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최근 '구미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 구미시에 5천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에 대응해 국산화, 내재화를 강화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수출 규제가 확대된다면 원료 다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의 경우 LG화학과 비교해 일본산 의존도가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 기타 석유화학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사 관계자는 "PVC(폴리염화비닐) 첨가제 등 일본 제품을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대체 불가한 제품이 아니고 핵심 소재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한빛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