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 지난 1일 3개 품목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대체할 시간과 비용 많이 필요"
스마트폰, 당장 피해 제한적일 듯...상황 장기화 땐 악영향 우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일본이 2일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발 수출규제 악재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게 됐다.

특히 반도체와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실질적으로 어떤 소재나 부품, 장비 등의 수입에 타격을 줄 것인지 현재로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불안감 속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2일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발 수출규제 악재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게 됐다. / 사진=연합뉴스

반도체업계는 업황 회복이 늦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것에 이어 이날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결정되면서 당장에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가지 품목 규제가 반도체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어 사실상 화이트리스트는 신경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미 규제가 시작된 3가지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또한 처리 기간이 얼마나 될지, 수출 허가는 날지, 어느 정도 유효기간으로 허가를 내줄지가 모두 불확실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반도체 쪽에서 문제가 될 만한 건 웨이퍼 정도"라며 "이 제품도 일본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로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 8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화이트리스트 관련 품목을 파악 중인데 백색국가 제외로 인해 원자재와 부품의 전반적인 수급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체가 가능하더라도 소재나 장비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총력 대응'을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는 전사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 재고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면서 "거래업체 다변화, 공정투입 최소화 등으로 생산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 제품을 포함한 여러 개 업체의 소재들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2일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발 수출규제 악재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게 됐다. / 사진=연합뉴스

반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제조사들이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재고를 일정 수준 확보했고, 부품사도 다수 업체를 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 폴드'의 경우 디스플레이에서 화면 보호막 역할을 하는 투명 필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를 전량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져 양산에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생산 물량 자체가 많지 않고, 갤럭시 폴드에 들어가는 폴리이미드는 불소 함량이 낮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뎀과 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같은 부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전반적인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제조사의 수익성과 점유율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조달처가 다변화돼 있어 스마트폰 쪽에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뎀, 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등 핵심 부품 조달에 영향이 생길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