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영상이 있다. 양, 얼룩말, 버팔로, 들소 등의 초식동물들이 커다란 무리를 지어 한 반향으로 내달리는 장면이다.

이렇게 죽기살기로 뛰는 것은 대부분 그들의 무리 뒤에 사자와 같은 맹수들이 공격해 오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맹수가 쫓아 옴으로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의 짐승들이 앞으로 내달리게 된다.

사실 그들 중 상당수는 왜 뛰는지를 모르고 그냥 모두 남이 뛰니까 따라간다는 것이다. 소위 양떼효과(Herding effect)다. 무리에서 혼자 뒤쳐지거나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타나는 일종의 군집효과다.

본디 인간에게는 유행을 따르려는 습성이 있듯이 ‘쏠림 현상(군집효과)’도 무리를 짓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앞에서 바뀐 신호를 보지 않더라도 옆에 사람이 움직이면 함께 행동한다.

지금은 추억 속의 광경이지만 동네 골목길에 방역차를 따르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동참하여 그 무리가 점점 커진다. 마차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다는 ‘밴드왜건 효과’의 현상들이다.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만큼이나 두려운 존재가 ‘쏠림 현상’이다. 금융위기는 축적된 쏠림 현상의 결과이다. 쏠림 현상은 자산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져 시장을 왜곡하거나 거품현상을 낳기도 하며, 반대인 경우 가격폭락을 야기시키는 주범인 까닭이다.

특히 저금리시대 일수록 낮은 금리를 탈피해 고수익 상품을 찾아 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된다. 저금리시대에는 저위험 상품인 예금,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져 기회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이동(Money shift)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최근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자산인 금, 달러, 예금 등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연 1%대의 낮은 금리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저금리시대에 비정상(Abnormal)처럼 여겼던 저위험의 안전자산 선호가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은 경기회복에 대한 부정적 움직임이다.

경기 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깨트릴 수도 있다. 최근 10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과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0년 만기 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금리 역전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투자에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돈이 투자적 동기를 애써 외면하고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형국이다. 

경제의 선순환 복원이 시급하다. 문제는 경제고, 경제는 심리다. 불안심리를 극복하는 시장환경 조성을 통해 돈이 선순환 구조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칼럼리스트=이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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