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악재...보수적 투자 나서야
2일 코스피 지수가 7개월 만에 2000선을 하회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에 무너졌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에 코스피 지수는 2일 7개월 만에 2000선을 내주며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악화 가능성도 증시 하락을 부채질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이달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한국 수출이 원칙적으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 절차가 엄격해짐에 따라 양국 간 무역 거래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국내 증시는 큰 폭의 낙폭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21포인트(0.95%) 내린 1998.1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3일 1993.70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3963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각각 3613억원, 139억원 가량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선주, SK하이닉스, LG화학, 셀트리온, 신한지주 등 시총 상위주 다수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 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된 삼성전자가 0.5%, SK하이닉스는 2% 이상 주가가 빠졌다.

반면 부품수급과 제조공정을 전부 국내서 해결하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주가가 상승했다. 두 종목은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각각 1.5%와 1% 가량 올랐다.

증권가에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조치에 따른 영향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일본 기업의 수출을 전면 제한할 경우 국내 산업보다 일본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일본 정부도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일본 정부의 극단적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는 전세계의 전자 및 IT(정보통신)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미국 IT업계에선 일본 정부의 과도한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조치 보도 이후 코스피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인 모습"이라며 "금일 코스피 하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업종별 영향 현실화도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당장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불리한 수급 환경이 주식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며 "여전히 시장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1960~2040포인트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일본 증시는 국내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일대비 453.83포인트(2.11%) 하락한 2만1087.1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1% 이내의 하락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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