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마음을 열고 음악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마음껏 춤출 것입니다.'

무대에 크게 자리한 화면에서 이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소녀시대 티파니가 아닌 솔로 가수 티파니 영을 만날 수 있었던 새로운 무대. 티파니 영의 단독 콘서트 '오픈 하츠 이브'에서였다.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는 티파니영의 단독 공연인 '티파니 영 오픈 하츠 이브'가 열렸다. 약 3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단독 콘서트 무대. 공연장을 가득 채운 1500여 명의 관객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티파니 영의 귀환을 환영했다.

'오버 마이 스킨'으로 공연의 문을 연 티파니는 팬들을 향해 "너무 보고싶었다. 오늘 이 자리가 정말 꿈 같다"고 인사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3년 여의 시간 동안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도 있었고 가끔 빛이 안 보이는 어둡고 힘든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놓은 티파니는 "힘들 때도 있었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핑크빛 바다를 생각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티파니 영의 멘트에 관객들은 분홍빛으로 빛나는 응원봉을 더 힘차게 흔들었다.

이번 콘서트는 소녀시대 밖에서 티파니 영이 구축하고 있는 음악 세계를 확실히 보여줬다. 자신에게 멋대로 이런저런 규칙들을 강요하는 세상을 향해 '(나는) 바꾸지 않을 것이고 밍안하지도 않다. 이대로 나는 괜찮다. 난 바비가 아니다'고 외치는 '낫 바비'부터 끝없이 자존감에 상처 입히는 상대를 향해 '왜 내가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것들에 연연하는지 모르겠다. 당신과 헤어지면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언하는 TLC의 '언프리티'에 이르기까지 티파니 영은 주체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 '비 마이셀프'에 대해 노래했다.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웃음과 애교를 때로 억지로 해야하고 바비 인형에게나 맞을 것 같은 타이트한 무대 의상을 소화해야 하는 많은 걸 그룹들. "'이 모든 걸 두고 미국으로 간다고? 티파니 너 미친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웃음을 보이던 티파니 영에게서 그가 지내고 버티고 싸워온 지난 시간들이 그려졌다.

티파니 영의 이번 공연이 특별했던 건 세트리스트의 구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트브레이크 호텔',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 '토크', '옐로 라이트' 등 국내에서 발매했던 솔로 곡들부터 '티치 유', '립스 온 립스', '런어웨이' 등 홀로서기 후 발표한 곡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특히 노래와 노래 사이의 멘트들이 남달랐다. 홀로서기 후 주로 자작곡으로 활동하고 있는 티파니 영은 노래를 시작할 때마다 그 노래에 담은 의미와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하고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아 노래를 만들어왔기에 가능한 멘트들이었다. 자작곡 외에 자신에게 영감을 준 디바들을 위해 바치는 무대도 마련됐다. 이효리의 '천하무적 이효리', 엄정화의 '초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으로 이어진 오마주 무대들조차 티파니 영의 새로운 음악 세계와 연결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세트리스트에 명쾌하게 녹여내는 아티스트는 그다지 없다.

티파니 영은 "응원해준 여러분들 덕분에 곡을 만들 수 있었다. 집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쓴 곡들, '언제 들려주지', '언제 보여주지' 했던 곡들을 여러분 앞에서 부를 수 있어서 꿈만 같다. 내 곡을 써서 들려드리는 것만으로도 특별한데 이렇게 콘서트를 열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며 관객들을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관객들 역시 큰 함성과 호응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티파니 영은 '런어웨이'를 소개하면서 "열기구를 타고 떠가는 게 우리의 새출발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며 "계속 도전하고 꿈 꾸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 때 관객들은 아마 그런 꿈과 열정이 뮤지션으로서 티파니 영의 앞길에도 계속 이어질 거란 걸 알았을 것이다.

사진=트랜스페어런츠아츠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