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기업간 협력요구, 엄중한 대처 펼쳐야”
재계, 대책마련 부심… 매일 경영진 참여 회의 가져
금융계, 피해기업 자금지원에 18조원 조기투입
애국 앞세운 불매운동에 패션·자동차 수입 감소세
일본 화이트리스트. 청와대가 아베 내각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한국 제외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달여 기간동안 수출동향 및 우회경로를 차분히 준비해 왔다. 극복하겠다” “기업들 한계있어 현실성 있는 정부대책이 요구된다”

정부, 경제계, 시민사회가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하지만 이 상황이 상당부분 예측이 된 터라 나름 차분하고 냉정한 분위기 속에서 대응책을 점검하고 우리 경제 방어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당국은 4일 반도체, 전지, 자동차, 로봇, 기계, 디스플레이, 화학, 섬유, 철강, 전자정보통신, 조선 등 11개 업종에 대한 대 일본 향후 대응책을 기업측과 논의했다.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당국은 "소재·부품·장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수요·공급기업 간 원활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협력모델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요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종별 대표들은 "각 업종의 상황에 맞는 대응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부의 지원과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관련 대응회의를 개최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권, 피해기업 상환유예 및 자금공급
정부는 향후 일본의 경제보복이 금융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수출기업에 대해 대출과 보증을 확대키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간담회'를 개최하고 "일본 측의 근거없고 부당한 규제 조치에 맞서 정부와 유관기관이 우리 기업을 지켜낸다는 각오로 엄중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철저히 점검·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중 은행들은 이미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준비했다.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긴급 설치하고 종합금융지원에 나선다. 일시적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는 업체당 10억원 이내, 총 1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도 혹시 모를 피해 기업들의 자금 부족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6조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공급한다. 정책금융기관이 기존에 운영하던 특별자금·경영안정자금에 3조원 가량 추가로 투입되고, 수출규제 피해기업을 지원하는 3조원 규모의 전용 프로그램도 신설될 예정이다. 정부와 금융권에서 일본 경제보복 대응을 위해 마련한 자금은 일단 총 18조원 규모이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매일 경영진 회의 개최... 핫라인 가동
재계는 앞서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되면서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을 가동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말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전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며 일본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수출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기업들은 이날 오전에도 주요 임원진들이 출근해 향후 대응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 기업들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본격화 함에 따라 1100여개 품목에 대해 강화된 수출 규제에 대한 통관절차 및 우회경로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으로의 수출품목에 대해 신속하게 처리를 해 왔던 일본 정부가 향후에는 수출관리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응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이외의 제품까지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상시적인 보고와 협의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차등 다른 기업들도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신속대응팀을 꾸려 현안이 발생하면 실무진에서부터 임원, 최고경영진까지 전파할 수 있는 핫라인 체계도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대체재를 구하거나 우회경로 등을 개척해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 극일 앞세운 애국마케팅
유통업계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통상전면전에서 극일(克日)을 앞세운 애국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바디프랜드와 K2 등 유통 관련 업계들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점화된 한일 통상 전면전에 극일(克日)을 앞세운 애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대표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떠오른 신성통상의 탑텐과 이랜드의 스파오 또한 애국 마케팅 열차에 오르며 소비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GS리테일와 이마트 등 관련 유통업체도 제품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등 애국 마케팅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기업 영향은 제한적... 반도체.배터리에만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국내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 온도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 반도체 관련 기업도 실질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정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부 장비의 공급처가 국산화 추진 등 국내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고품질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본제품을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관련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매운동 확산에 日자동차업계에 불똥
국내 시장에서 일제 자동차등 특정 영역의 일본기업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불매운동에 힘입어 일본산 자동차의 판매가 큰폭으로 꺾였다.

지난달 일본차 5개 브랜드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의 판매량은 총 2679대로 6월과 비교해 32.2% 떨어졌다. 브랜드별로 보면 토요타가 6월 대비 37.4%, 혼다가 41.4%, 닛산이 19.7%, 인피니티가 25.1% 줄었다. 일본차의 7월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3.6%로 전월 보다 6.4%포인트 감소했다.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일본 자동차산업에 최대 5조40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산 차량은 1조4000억원 규모인데 완성차와 부품, 유관산업까지의 직ㆍ간접적 피해까지 합치면 일본은 완성차 수출에서 3조3000여억원, 부품 수출에서 2조1000억원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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