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교육 수요 분산하던 자사고 폐지…강남8학군 수요 쏠려
大入체재 수능→수시로 재편, 강남 쏠림현상 미비할 것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자사고 지정취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정부가 서울 지역 9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를 확정하면서, 강남의 주택 수요가 늘어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간 서울 교육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해온 자사고가 사라지면, 이른바 '강남8학군'으로 통하는 강남구와 서초구로 다시금 학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에 내린 지정취소 결정에 모두 동의했다. 이번 지정 취소 결정으로 서울의 자사고는 22개에서 13개로 줄었다.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시도한 경문고까지 포함하면 서울 전체 자사고의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관리 등에서 학교가 광범위한 자율성을 갖도록 한 새로운 형태의 사립고로, 그간 서울 교육 수요 분산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적으로 학군은 서울 집값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서도 단연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인근에 유치원, 학교, 학원 따위의 교육 시설이 밀집해 있다는 '학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때문에 자사고 폐지에 따른 풍선효과로 비교적 교육여건이 우수한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9일 자사고 폐지 소식이 전해진 후 강남구에선 이 같은 조짐이 감지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같은 기간 0.11% 오른 반면 강남구는 이보다 2.5배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로 강남 집값 상승이 가속화 될 것으로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학군은 서울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준다"며 "자사고 폐지로 명문고와 학원가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매매가보다는 전세가상승이 먼저 선행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학생수가 줄어 과거만큼의 교육수요는 없다"면서도 "여전히 학군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강남권 집값 상승에 기여를 할 듯 하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폐지가 강남 집값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입 체제가 수시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내신 확보에 불리한 강남권으로는 유입이 적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자사고 폐지가 강남 집값에 일정부분 영향이 있겠지만 수시 중심의 대입 체제 하에서는 자사고 폐지만으로는 강남 쏠림 현상이 심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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